“양자간 협상 아니기에 경제적 이득으로 결정해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확장할수록 수출 기업에 유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정문에 서명하자 박수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정문에 서명하자 박수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정부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한 가운데 앞으로 미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요구가 있을 경우 우리 정부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다자간 무역체계는 정치적으로 풀기보다는 경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참가국 정상들이 서명했다. 우리 정부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CEP 최종 서명은 지난 8년간 협상 끝에 이뤄졌다.

RCE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정인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이 참여하고 있다. RCEP에서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CPTPP에 가입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RCEP 회원국에 들어있지만 CPTPP에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CPTPP는 당초 미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 등 나머지 11개 국가가 수정해 만든 협정이다.

미국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가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그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 강화와 다자조약 참여 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다자체제로 복귀하고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제, 인권, 기후 등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표해 왔다.

이처럼 바이든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CPTPP 가입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여러 공약들을 미뤄봤을 때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CPTPP에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RCEP와 CPTPP 참여를 놓고 정치적인 관점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관점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CPTPP도 기회가 되면 가입하는 것이 좋다. 수‧출입 쪽에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간접효과들을 보면 두 협정 모두 가입하는 것이 좋다. CPTPP 진행은 경제적으로 접근해야지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RCEP와 CPTPP 참여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성 교수는 “RCEP에 참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바이든 이후에 다자무역체계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중국 중심인 RCEP 외에 미국이 주도하는 CPTPP까지 참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자간 자유무역체계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RCEP가 중국과의 개별적인 협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중 갈등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다자간 자유무역체계 자체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두 협정을 미중갈등 구도로 풀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RCEP가 중국 주도의 협정인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이 있는데 중국 주도가 아니며 중국은 참가하는 15개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CPTPP 등에 재가입하고, 우리에게도 가입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예전부터 가입을 검토해온 만큼 국익을 생각해 최종 입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도 반기는 두 가지 협정 모두 참여하는 것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우리기업도 이번 RCEP 서명을 계기로 수출5대 강국의 목표를 향해 더욱더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는 향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등 우리기업의 무역영토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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