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에 3조6000억원 혈세 쏟은 산은
‘매각 골든타임’ 놓치지 않으려 통합 결정한 듯
통합 따른 조원태 회장 우군에 설 가능성↑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한다. 산은은 한진그룹 측과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번 통합 작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산은은 메가 빅딜이 완성되면 국적 항공사가 글로벌 항공산업 톱10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를 맛보고 이번이 아니면 매각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빅딜에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통합 작업의 최대 수혜자가 산은이라는 해석이다. 그만큼 산은이 이번 통합에 우호적으로 나온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의 경영분쟁에서 조 회장의 우군이 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결론”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은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 체결을 통해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하나로 통합하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5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성윤모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호승 경제수석·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 매각방안을 보고했다.

산은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먼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 및 교환사채 인수(3000억원) 등을 실시하고, 자금을 확보한 한진칼이 산은 보유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2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로드맵.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못 팔 뻔한 아시아나항공서 발 빼게 된 ‘산은’

시장에선 이번 빅딜 목적이 항공산업 개편만이 아니라고 본다. 먼저 코로나19로 여행과 항공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중에 두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항공사를 합치려는 의도에 대해 업계는 결국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짐을 빨리 덜고 발을 빼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산은이 이날 공개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추진 과정을 보면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딜이 무산된 이후 한진그룹 외 6대 그룹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의향을 타진했지만 어디서도 인수 의지를 보인 곳은 없었다. 산은 입장에선 한진그룹이 아니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만 3조3000억원이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 후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이 추가로 지원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미뤄질수록 산은은 언제까지 혈세로 연명시키느냐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4년 전 한진해운 파산을 결정한 뒤 해운 물류 대란이 일어난 것을 본 산은이 이번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스스로 처리하기보다 대기업에 넘기는 쪽이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걸 회장도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파산과 관련해 ‘산은이 근시한적으로 너무 쉽게 결정했다’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사진=산업은행, 연합뉴스

◇산은, 조원태 회장 우군되나···KCGI “통합 강력 반대” 

산은은 이번 결정으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3자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과 대립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의심도 받는다.  

산은의 이번 통합 계획대로라면 산은은 한진칼 지분을 약 10.6% 확보하게 된다. 결국 조 회장과 대립 중인 3자연합의 지분율은 내려가게 된다. 조 회장 입장에선 이번 통합 결정에 합의한 만큼 산은을 우군으로 삼고 경영대립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KCGI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조원태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혈세,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시도”라고 강조, 법적 수단을 동원해 통합 작업을 저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의심이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을 알고 산은은 미리 선을 그어놓은 상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일방적으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KCGI 등 3자연합과도 향후 경영 과정에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보유 아시아나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 전환 후 한진칼에 현물출자할 시,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 회장 측으로 급격한 쏠림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KCGI측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판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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