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그대로’ 베트남 붕앙-2, 정부 보증 ‘불투명’···인니 자와-9·10, 환경단체 등이 ‘소송 제기’
일부 지역 ‘석탄발전소 승인 불가’ 선언하기도···‘신규 해외사업 중단’ 한국전력, 계속 사업도 지연 우려

지난 2017년 5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미세먼지 감축 응급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의 가동중단 다음날인 16일 오후 경남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 1, 2호(맨 왼쪽)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5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미세먼지 감축 응급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의 가동중단 다음날인 16일 오후 경남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 1, 2호(맨 왼쪽) 전경.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한국전력이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해외 진출을 축소한 가운데, 해외 석탄화력발전 신규 사업 중단 선언에서 제외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현지 사업이 다시 난관을 맞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지 환경단체와 소송에 휘말렸고, 베트남은 현지 정부 지원 정책이 불투명해지면서 사업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글로벌 석탄화력발전 퇴출’ 압박···한전, 베트남·인니 사업 2건 만 계속 추진

한전은 지난달 28일 앞으로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신규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사실상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중단’을 공식화했다. 현재 공식 추진 중인 사업 4건 중 2건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전이 사업 재검토 대상으로 꼽은 사업은 필리핀 수알(Sual)-2, 남아프리카공화국 타바메시(Thabametsi), 인도네시아 자와(Jawa)-9‧10, 베트남 붕앙(Vung Ang)-2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 등 4개 사업이다. 이 가운데 한전은 필리핀 수알-2와 남아공 타바메시 사업은 LNG로 전환하거나 아예 중단하고, 대신 인도네시와 베트남 사업은 계속 추진하기로 한 것. 

한전 등은 자와-9‧10와 붕앙-2의 경우 이미 사업비 일부가 투입되거나 참여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현지 정부와의 약속 위반 등으로 인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계속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와-9‧10 사업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있는 자와(영어명 Java)섬 서부에 2000㎿ 규모 석탄화력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총 4조2000억원(35억 달러)에 이른다. 한전이 합작사를 만들어 6000억원을 출자하고 완공 후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 

붕앙-2 프로젝트는 베트남 전략수급 계획에 따라 1200㎿ 규모 발전소를 조달하는 국책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조5000억원으로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을 맡아 EPC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전이 글로벌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일부를 축소했지만,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전이 계속 추진을 결정했지만 현지 지역민의 반발과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 사업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사업 불투명성은 이달로 들어서면서 더 현실화하고 있다. 우선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는 베트남 현지 정부가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해 보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내 싱크탱크인 IEEFA(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는 지난 3일(현지 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 베트남 현지에서 발효 예정인 개정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PPP)법에는 베트남 전력공사(EVN)의 사업에 관한 정부보증을 담은 근거 조항이 삭제됐다. 

◆IEEFA “개정 PPP법, 베트남 현지 석탄발전 투자자들에게 난관”

​베트남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이미지 /그림=IEEFA​
​베트남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이미지 /그림=IEEFA​

IEEFA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베트남의 남은 석탄발전 거래를 성사하기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베트남 파이프라인에 포함된 현지 석탄발전 프로젝트 15개 중 4개가 새로운 규제와 시장 문제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4개 프로젝트에는 한전 등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붕앙-2 사업도 있다. IEEFA는 “2021년 발효되는 새로운 민관협력법이 2020년 말 이전 BOT(build-operate-transfer) 계약과 ‘정부 보증 및 책임’(GGU)을 (베트남 정부 등과) 확정짓지 못한 해외 투자자들에게 난관을 만든다”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 투자자들은 개정 PPP법에 따른 변화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PPP 개정법에 정부 보증 규정이 삭제되면서 향후 관련 국가 시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해당 사업에 대한 정부 보증 제공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BOT 계약의 준거법으로 영국과 싱가포르 계약법을 사용하던 관행이 깨지고 베트남 현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붕앙-2 프로젝트는 개정법 발효 이후인 내년 1분기에 재정 위기가 예상되면서 실제 계약 체결 시점에는 법개정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IEEFA는 이와 관련 “정부 보증 축소와 융지원타탕성(bankability) 변화 위험이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프로젝트 완료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베트남 현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변경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 보증이 없으면 국내 공공기관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면서 “개도국에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현지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경우는 드문데 현지 사정이 바뀔 경우 (한국 기업이) 계약상 권리를 보호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중앙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도입이 실제 지방정부와 현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빈 투엉(Bin Thuan)성은 “더 이상 신규 석탄화력발전을 승인하지 않겠다”면서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현재 붕앙-2 화력발전사업에서 한전과 함께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보다 앞서, 애초 미국 GE사가 시공사로 애초 참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GE는 석탄화력발전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대신 가스발전 건설계약을 체결하면서 베트남의 새로운 에너지 시장에 진출했다. 

◆인니 환경단체, “자와-9·10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 준수 못해” 소송

베트남 사업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 사업도 예견됐던 소송전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일 인도네시아 환경단체인 왈히(WALHI)는 “자와-9‧10 프로젝트가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텐(Banten)주 행정법원에 환경허가 취분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반텐주 주민과 기후솔루션 등 시민사회단체가 해당 프로젝트의 자금 제공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금융공공기관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왈히가 베트남 현지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면, 새로운 환경영향평가가 시작, 완료, 승인될 때까지 사업 연기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윤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서도 해외에는 석탄발전소를 계속 짓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해외 석탄사업의 재무적 위험이 급속도로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나 가스발전 등 현지 상황에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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