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세대가 잃어버린 세대 되나
취업은커녕 일상 생활 영위도 버거워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관람객과 구직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관람객과 구직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구직난은 물론이고 가벼운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학자금 상환을 미루거나 마이너스 상품에 손을 대는 20대들이 크게 늘었다. 급기야 20대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경제적 타격이 이어졌지만 그 중에서도 고용 시장의 혹한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연령층은 청년층이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시기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8.3%로 2018년 10월 8.4%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15~29세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4.4%로, 2015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러하자 아예 취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청년 실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대학생이거나 대학(전문대 포함)을 졸업한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는 28만797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5만6202명, 24.2%나 급증한 수치다. 무경험자 수와 증가 폭 모두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취업난 등을 겪고 있는 2030세대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용한파가 IMF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IMF 때에는 외환시장만 복구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코로나19는 다르다”며 “실물경제가 붕괴되면서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 때문에 경제활동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대면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청년층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 벌이가 없거나 어렵게 된 이들은 대학교 때 빌렸던 학자금 상환을 유예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학자금 대출 미상환 누적 인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미상환 누적 인원은 3만5000명, 액수는 418억원에 달했다.

연도별 신규 미상환 인원은 2017년 7000명, 2018년 8000명, 지난해 1만5000명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 1만1000명을 넘어섰다.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기준이 못 미쳐 학자금 상환을 연기한 것이다.

마이너스 상품을 이용한 20대 대출 잔액은 6월말 기준 2조원을 넘어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의 마이너스 상품을 이용한 20대의 대출잔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2조145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잔액은 2조76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8억원, 3%가량 늘었다. 저축은행은 작년 말 대비 104억원, 20.2% 증가한 620억원, 여신금융의 마이너스 카드론 대출잔액은 1억원, 1.5% 증가한 68억원이었다.

최근 3년간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3개 중 1개는 2030세대 명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신규 계좌수가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20대 마이너스통장 대출 연체 금액은 올해 7월까지 1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연체 금액이 16억89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빠르다.

위기감을 느끼며 저축만으로는 삶을 영위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청년층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이른바 ‘영끌’ 투자를 통해 공격적인 대출과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를 반복하고 있다. 청년들이 빚을 많이 내게 되면서 채무자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채무상환 유예 대상 연령을 확대하고 기간도 늘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이런 내용을 담은 신용회복지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따라서 3개월 이상 연체 중인 대학생과 만 30세 미만 미취업청년에 한해 적용됐던 채무조정 특례 지원은 만 34세까지로 확대됐고 상환유예 기간도 최장 4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청년들이 취직하지 못하고 구직난을 겪으면서 구직급여를 받는 청년도 지난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99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2%, 3143억원 증가했다.

급기야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대도 급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21% 증가했는데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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