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 목표는 탄소배출 제로···“부가가치 자국 기업·일자리 등에 집중되게 할 것”
중국 韓배터리 노골적 차별, K배터리 열풍 중심 유럽에서도 견제···미국행보 시선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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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펼쳐지게 될 친환경정책이 관련 업계에 어떤 영향력이 가해질지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양상이다.

후보시절부터 친환경 육성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탓에 전기차·배터리 등에 강점을 보이는 국내의 경우 상당한 수혜로 돌아올 것이라 점쳐졌던 게 사실이다. 막상 당선이 확정되자, 이전과는 다소 다른 온도차가 업계를 중심으로 감지된다. 미국 현지 언론 등을 중심으로 해당 정책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면서 위기감이 도래하는 분위기다.

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219차 대외경제장관회의’서 바이든 당선인 정책공약을 바탕으로 국내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친환경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겠지만, 철강·석유화학 등은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부정적 영향이 상쇄할만한 부분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친환경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해선 긍정적일 것이라 밝게 내다본 것이다. 정작 관련업계에서는 다른 반응들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기업들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해당 사업부문들에 미국 기업들이 대두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앞선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소회했다. 그는 “현재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이 글로벌 시장의 99% 이상 차지하고, 한국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이 중국·일본 업체들을 웃도는 상황”이라며 “바이든 취임 후 배터리사업에 뛰어들 미국 기업들이 증가하고, 차별적 보조금 정책이 더해질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바이든의 정책초점은 탄소제로고 이에 따른 관련 산업들의 부흥이 기대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 같은 부가가치가 자국(미국) 내 기업들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부수적인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고 시사했다. 바이든의 친환경정책 추진에 따른 실익이 한국에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미국시장을 둘러싼 배터리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유럽·중국 등과 더불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지역이 북미지역이다. 중국은 내연차 시장에서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한계를 느끼고 선제적으로 이를 육성했다. 유럽의 경우 정책적 변화와 맞물려 비교적 최근에서야 관련 산업이 부흥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향으로 친환경 사업 부흥이 다소 속도를 내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산업 육성을 위해 차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했다. 특히 한국 배터리에 대한 견제가 극심했다. 최근에서야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일부 차종들에 보조금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이 CATL·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던 것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점유율이 급등할 수 있던 것도 유럽시장 부흥의 산물이었다.

이른바 ‘K배터리’ 열풍의 중심인 유럽에서도 한·중·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완성차 시장에서 꾸준히 누렸던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심산에서다. 전기차 배터리는 내연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부품이다. 핵심부품을 독일·프랑스·영국 등 명차 브랜드가 즐비한 유럽이 아닌 아시아 국가들에 의존한다는 반감이 크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반복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유럽과 견줄만한 완성차 브랜드들이 즐비한 것이 사실이다. 막대한 자본과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자국 기업들을 육성하면서, 관세 등을 무기로 수입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가 심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현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북미 생산기지 구축이 필수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국내 주요 전기차·배터리 업체들 중 미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한 회사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다. 현대차·기아차의 경우 내연차만 생산 중이다. LG화학은 자체적인 배터리 셀 공장과 GM과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조지아주 커머스시(市)에 북미 최대 규모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일각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미국 친환경차량 생산라인 증설 또는 신규공장 설립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 반발을 살 수 있어 현재로선 추이를 지켜본다고 전해진다. 배터리업계도 신중한 분위기다. 정책의 전개방향을 모니터링한 뒤 구체적인 전략수립이 더해질 것이란 게 주요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배터리공장은 증설에 보통 1년, 신설에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선(先)수주를 바탕으로 공장착공에 돌입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현지 완성차 공장에서 바이든 취임 후 전기차 생산량을 늘릴지 여부”라면서 “현지 시장을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현재로선 예의주시 중”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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