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단기적 ‘유가급등’ 중기적 ‘유가후퇴’ 전망···정유·석화 불확실성↑
셰일규제, 현지투자·수출기업 우려도···“악영향 여부,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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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시절부터 친환경 산업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밝힌 만큼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친환경이 강조될수록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정유·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도 미국의 정책적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친환경공약을 요약하면 화석연료 지양이다. 전기차·배터리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 높아질 전력수요는 원전으로 마련한다. 재임기간 4년 간 총 24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 연임 시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지며, 이 경우 향후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국책과제로 채택돼 2050년 탄소배출 제로화의 초석이 될 요량이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취임 후 즉각적인 변화로 유가상승을 꼽는다. 셰일가스 시추에 규제를 작동하며 글로벌 원유소비량 1위 미국 내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글로벌 원유공급이 감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이 같은 정책전환에 상당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원유수요가 즉각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아 중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미국·이란 간 핵협상 재개로 원유공급이 늘어나고, 탄소중립 프로젝트가 본격 이행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재차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유가상승에 따라 호·악재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유가변동의 폭이 커질 수 있어 이에 대한 개별 기업의 능동적 대응이 주문된다는 뜻이었다. 올 초 국내 정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산유국의 공급과잉이 더해지면서 천문학적인 분기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원유가격이 급등해도 문제다. 생산비 증가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와 수요 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문제시된다.

결과적으로 원유가격이 일정수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정유업계는 물론, 원유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에도 긍정적이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데 강점을 보이는 비(非)산유국인 한국의 경우 더욱 영향을 받게 된다. 유가변동 폭이 확대될수록 관련업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꼴이어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 제로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이행되고,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원유를 이용해 호황을 누렸던 정유·석유화학 사업은 지속적으로 부침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친환경 신소재 개발과 친환경사업을 중심으로 한 수익원 다각화 등을 통해 끊임없는 체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 해석했다.

미국 내 셰일규제로 이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부침도 즉각적인 우려로 분류된다. 셰일산업은 기존 원유 채굴방식보다 단가가 낮아, 고유가시대 경쟁력이 높아지는 특징을 지녔다. 올 초 산유국들 간 과잉공급으로 주요 셰일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침체기로에 서 있던 미국 셰일업계는 바이든이란 또 다른 장벽을 만나게 됐다.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바이든 취임 후 유가가 급등할 경우 사업성이 개선되겠지만, 셰일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가해질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든은 친환경공약을 내세우면서 셰일오일 개발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했다. 현지에 직·간접 투자를 단행한 국내 기업들도 취임 후 정책 향방에 따라 상당한 부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케미칼이 대표적 사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 루이지애나주(州) 레이크찰스에 3조6000여억원을 투입해 에틸렌 복합 공장을 준공했다. 규제가 강화되면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셰일사업에 투자한 주요 대기업들의 부침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지에 강관을 납품하던 세아제강을 비롯한 일부 철강업계의 판매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셰일산업에 투자한 주요 업체들은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정책수립 방향 등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다만 현재로서는 공약만이 나온 상황이라 추후 어떤 정책을 언제부터 가동할지 등이 불명확한 탓에 국내 기업들에 얼마만큼의 영향이 상쇄할지는 쉬이 가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바이든 신임 당선인 역시 자국 내 경기부양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축한 관세·통상 관련 방어선을 즉각적으로 파기시킬 확률은 커 보이지 않는다”며 “이미 쿼터 제약이 가해진 사업들인 까닭에 바이든 취임과 정책기조 변화로 촉발된 타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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