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 단 4일 만에 6회선의 명의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LG유플러스 명의도용 피해자)

“30여건의 명의도용 범죄를 일으킨 대리점 직원이 여전히 다른 SKT 대리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입니다. SKT 본사에선 본인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하네요.”(SK텔레콤 명의도용 피해자)

“반복적인 명의도용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시스템을 정비하거나 프로세스를 강화해 피해를 줄일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KT 명의도용 피해자)

지난달 13일 LG유플러스 명의도용 피해 관련 기사(‘LGU+, 대리점 고객 ‘명의도용’에도 책임 회피‘)를 보도 후 본 기자에게 연락해온 통신사 명의도용 피해자들의 호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3만5017건의 휴대전화 명의도용 사건이 접수됐다. 이 중 실제로 7029건의 명의도용이 발생했으며 총 피해액은 약 69억3100만원에 달한다.

실제 도용 건수는 2016년 1946건에서 2019년 1166건으로 감소했지만 1인당 피해 금액은 2016년 82만원에서 2019년 117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 3781건 약 34억7700만원, LG유플러스 1990건 23억2000만원, KT 1258건 11억3400만원 순이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동통신사 대리점 및 판매점 직원이 고객의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사 가입자 수를 고려하면 비율상 높지 않은 수치일 수 있지만 피해 금액이 증가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처럼 명의도용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는데 책임지는 이는 없다. 통신사도 정부도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통신사들은 “피해자들이 본사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본사 차원에서 사전에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명의도용은 일개 직원의 일탈”이라며 대리점 및 판매점 직원의 탓으로 돌린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이통사 대리점의 경우 스캐너를 통해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한 방식으로 명의도용이 일어나는 경우엔 판매 직원의 사기이고 범죄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리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한다, 방통위는 “부정가입 등은 과기정통부에서 사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가입 시 이용자 동의를 거쳤는지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이지 명의도용 자체는 불법이라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명의도용이라는 날벼락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의 피해 사례도 안타깝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정부와 통신사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앞으로도 이 같은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것이란 점이다. 특히 자신의 명의가 도용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피해자가 상당수일 것이란 점도 우려스럽다.

실제 SKT 대리점 직원으로부터 명의도용 피해를 당했다는 A씨는 본인에 대한 명의도용 피해 규모를 파악하다 보니 본인 외에도 20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SKT 본사에 본인 외의 피해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라고 요구했지만 본사에선 이에 대해서 거부했다며 통신사의 태도에 황당해 했다.

이 밖에도 명의도용 피해 고객들은 저마다 피해 시기, 규모 등은 다르지만 신기할 정도로 같은 호소를 한다.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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