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외치면서도 든든한 정치조력자 듀폰(Dupont) 기업가치 제고 전망
역설적이면서도 납득가능한···“바이든 시대, 기업들 낙관대신 능동대응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같이 갑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두 분과 함께 열어갈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며, 과거 백선엽 장군이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 건넨 말을 인용해 이 같이 시사했다.

재계에서도 관심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기업들과도 함께할 수 있을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를 대변해 온 주요 경제단체들은 바이든 당선 소식에 기대감을 표출했지만, 기대가 현실화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당선인이 친기업적 성향을 보이지만, 우리 기업에도 수혜요인일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큼의 친 기업 성향을 내비칠 것으로 예측한다. 1972년부터 2008년까지 7번 연속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바이든의 지역구는 델라웨어주(州)다. 델라웨어는 미국 내에서 ‘준 조세회피처’라 불릴 정도로 기업 친화적이다. 세법·회사법 등이 기업에 유리하게 정비돼 주요 미국 신용카드사들의 본사소재지가 집중됐다.

‘포춘(Fortune)’ 선정 500대 기업 중 60% 이상 미국 대기업들이 법인등기 상 본사 소재지를 델라웨어에 두고 있다. 구글(Google) 역시 캘리포니아주가 사업 근거지지만 등기상 주소지는 이곳으로 돼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전이 델라웨어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유도 SK 미국 배터리 법인(SK Battery America)도 이곳에 적을 두고 있어서다.

델라웨어에서 가장 큰 기업은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DuPont)’이다.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듀폰은 델라웨어주 정부 세수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델라웨어주는 미국 내에서 ‘세금면제(Tax Free) 지역’으로 유명한데, 이곳에 본사를 둔 듀폰을 비롯한 주요 법인세 수익을 통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판매세 등을 상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타 지역에 비해 조세부담이 적은 델라웨어 주민들은 기업가들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바이든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든은 인접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이주해 정치이력뿐 아니라 출생·성장·학업 등을 델라웨어에서 쌓았다. 미국 대선 당일 바이든 당선이이 성명을 발표한 곳 역시 델라웨어 윌밍턴 소재 본인의 자택이었다.

친기업적 지역에서 성장하고, 수학하며, 정치적 이력을 쌓았던 바이든 후보는 무엇보다 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정치적 거물로 성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듀폰 오너가(家)와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이며, 상원의원 시절부터 듀폰이 바이든의 핵심 정치후원자 역할을 자처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친환경·바이오(헬스케어) 분야와 더불어 듀폰을 ‘바이든 수혜주’로 평가했다. 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사업을 확대를 예고함과 동시에 미국 내에서 갖은 환경논란의 주역이었던 듀폰이 동시에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상당히 흥미롭단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기업에 상당히 우호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당 수혜가 국내 기업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내 기업들에 높은 수혜가 기대되는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도 관세를 이용해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도모시키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기반이 탄탄한 완성차분야에서 차별적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GM과 합작사를 세운 LG화학, 소송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전제 아래 미국 내 최대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현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 SK이노베이션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ESS분야에선 삼성SDI·LG화학 등이 미국·중국 등 기업들과의 치열한 치킨게임을 치를 것”이라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셰일오일 산업규제를 주도하고 친환경 육성정책을 강조해 온 바이든의 당선 이후 듀폰의 기업가치 제고가 예상되는 상황이 단편적으로는 다소 역설적이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친환경분야에 강점을 지녔음에는 분명하지만, 바이든의 추후 정책행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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