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생산 방식 전환 급선무···“10년 내 화력발전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정부 아직 석탄화력 종식 계획 없어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시간표와 재생에너지로의 전력 생산 전환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절반 감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연달아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에 대한 의지를 처음 밝혔다. 6일만인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재차 2050년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탄소 중립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다.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규제에 이끌려 가기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과감히 도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린 뉴딜 추진에도 탄소 중립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이번에 밝힌 것이다.

국제기후기구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며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2050년 탄소 중립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산업과 에너지 등의 기존 체제를 바꿔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과제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 저탄소 산업구조로 변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안착 등을 이뤄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마을 단위, 국민 개개인, 기업이 함께 공감하고 노력해야 가능하다.

이에 4일 전문가들은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2050년 탄소 중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선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올해 말 유엔에 제출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대폭 상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IPCC는 2050년 탄소 중립을 하려면 2030년 탄소 배출량이 2010년 대비 45% 감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한국의 2030년 목표는 18.3% 감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2030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IPCC 권고안의 절반이 안되는 수준이다.

김 위원은 2030년 탄소 배출 절반 감축 등 단기적 계획 수립과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도 “2050년 탄소 중립이 실현되려면 10년 단위로 탄소 배출이 절반씩 줄어야 가능하다”며 “즉 2030년에는 현재 대비 탄소 배출이 절반 줄어야 한다. 매년 평균 7.6%씩 전년 대비 감축이 돼야한다”고 했다.

2030년 탄소 배출 절반 감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을 서둘러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 소장은 “탄소 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석탄화력발전을 2030년까지 없애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에 정부의 목표인 20% 보다 두배 이상 올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게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2017년에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7%에서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은 언제 석탄화력발전을 종식할 것인지 아무런 계획도 없고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이미 감축 계획을 갖고 있던 다른 나라들의 경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종식 시점을 앞당기는 상황과 대비된다.

자료=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국회입법조사처

김선철 위원은 “2050년 탄소 중립과 2030년 탄소 배출량 절반 감축을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은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소 7개를 새로 짓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당장 멈춰야한다”고 했다.

또한 독일, 노르웨이, 인도, 영국 등 해외 국가들은 2016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한국은 서울과 제주도를 제외하면 국가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수소 자동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연료인 수소를 만드는 데도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이러한 부분의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병권 소장은 “수소차 확대에 앞서서 수소 에너지를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것이 전제돼야 탄소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동참도 중요하다. 김 위원은 “이미 애플, 폭스바겐 등 세계적 기업들은 RE100을 하고 있고 부품을 사더라도 RE100이 되는 것만 사겠다고 하고 있다”며 “기업의 이윤과 연관돼 있기에 국내 기업들의 동참이 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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