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3·4호기는 무더기 공극으로 수년째 가동 중단···한빛 5호기도 이상 징후
반발 여론에 계획예방정비 후에도 재가동 여부 기약 없어···“정상가동 못한 손실 2조원”
보수 비용 책임 소재 마무리 못해···한수원 “정비기간 중 발생 손실 아니다” 해명

전북도의회 한빛원전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빛 3호기 재가동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북도의회 한빛원전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빛 3호기 재가동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원자력발전소의 잇단 ‘안전 리스크’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실 공사로 인한 공극이 무더기로 발견된 한빛 3‧4호기가 3년이 넘도록 가동 중단 상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인근 한빛 5호기에서도 원전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원전 가동률 저하로 한때 ‘적자 위기’를 겪었던 한수원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들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는 한빛원전 5호기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원전안전운영 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한빛 5호기의 13차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이던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분 원자로출력급감발계통(RPCS) 작동 시험을 수행하던 중 증기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고수위로 원자로가 자동정지했다.   

가동 중단 후 한수원은 상세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방발지대책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단 원자로 정지 후 기동용급수펌프를 이용해 급수를 하고 있어 원자로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한수원은 판단했다. 또 방사선 관련 문제점도 없다는 게 한수원 입장이다. 

앞서 한빛원전 5호기에서는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한빛원전 5호기의 계획예방정비 기간 동안 헤드 관통관 84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부실 시공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남 영광에 조성된 한빛원전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고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995년과 1996년을 전후로 운영을 시작한 한빛 3호기와 4호기는 최근 3~4년 간 이른바 ‘안전 리스크’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빛 3‧4호기는 지난 2017년 공극(구멍) 264개가 발견됐다. 같은 시기 국내 원전 24기 중 15기에서 한빛원전과 같은 공극을 했는데, 국내 원전에서 발견된 공극 332개 중 79%가 한빛 3‧4호기에서 발생한 것이다. 당시 한빛 3‧4호기에서는 철근 209개가 노출되는 하자도 발견됐다. 

한빛 3‧4호기에서 무더기 공극이 발견된 후 한수원과 관련 기관은 이들 원전에 대한 계획예방정비를 벌이고 있다. 계획예방정비 방침 따라 한빛 3호기는 2018년 5월, 4호기는 2017년 5월부터 가동 중단 상태다. 

계획예방정비는 발전기의 성능을 유지하고 각종 설비 기기의 고장을 예방하고 설비 신뢰와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정기 점검을 말한다. 

일단 한빛 3‧4호기의 공극 발생에 대한 원인 규명은 일부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계획예방정비 시행 3년여 만인 지난 9월 원전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부실공사로 인해 공극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호기의 안정성 평가 결과 구조건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공극 원인은 일부 확인됐지만 한빛 3‧4호기의 장기 미가동으로 인한 손실은 불어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한빛 3‧4호기의 정비 기간 중 발생한 발전손실량은 3444만 ㎿h로 금액으로 확산할 경우 2조562억원으로 추정했다. 

정비 기간을 10월 26일을 기준으로 한빛 3호기는 818.5일, 4호기는 1186.5일로 잡고, 가동 중단 기간 동안은 국내 원전 전체 평균 가동률과 평균 원자력 판매단가를 계산해 손실 추정액을 환산한 것이다. 

◆ 정비 끝마친 한빛 3호기, 반대 여론에 재가동 ‘머뭇’  

한빛 3·4호기 중 3호기의 계획예방정비를 모두 마치고, 재가동 여부와 시점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재가동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지역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빛원전과 인접한 고창·부안군이 있는 전북도의회 한빛원전 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성경찬)는 지난 2일 “원안위가 정밀조사는 배제한 채 평가를 마무리하고 정비계획까지 승인해 원전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3호기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운영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재가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한빛원전이 그동안 안전 문제로 지역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빛 3호기는 지난 2014년 10월 운전 중 증기발생기 전열관의 미량 누설 증상이 나타나 원자로가 정지하기도 했다. 당시 한수원은 원래 예정돼 있던 계획예방정비를 열흘가량 앞당겨 정비를 시작해야 했다. 

한수원이 부실 공사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한수원은 ‘현대건설의 시공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 판단’한다고 하지만, 이미 시공 보증기간이 종료된 마당에 손실에 따른 배상을 요구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건설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법적인 책임 추궁은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비용 책임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원전 재가동을 위한 공극 보수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극 문제를 야기한 현대건설과 비용 책임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3호기 보수를 완료했다”면서 “비용 책임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재가동은 안 되고, 현대건설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빛 3호기에 건전성평가 등이 졸속적으로 이뤄져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아예 폐로를 결정해야 한다며 전북도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는 지난달 26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는 한빛 3호기 재가동을 중단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수원은 한빛 3·4호기 가동 중단에 따른 수조원 대 손실 문제에 대해서는 “계획예방정비 기간 동안 가동을 하지 못해 줄어든 예상발전량은 손실로 볼 수는 없다”는 다소 궁색한 답을 내놨다. 한수원은 또 4호기의 계획예방정비 기간 종료 시점 등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목표 일정을 갖고 있지만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전남 영광에 조성된 한빛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전남 영광에 조성된 한빛원전 전경 / 사진=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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