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띵동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민인수합병 소식 직후 터진 배민의 일방적인 수수료 정책 변경 발표로 소상공인들의 눈물어린 호소들이 이어지며 배달앱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대형 플랫폼사가 외국계 기업과 합병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독과점 시장점유율(99%) 배달앱의 횡포가 현실적인 생계와 사활에 직결되기 때문에 시간 지나면 주춤해지는 여느 이슈들과는 크게 달랐다.

‘언제든 다시 그럴 수 있다, 다시 그럴것 이다’라는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이 확고해졌다. 이 즈음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투며 예산을 사용해 공공배달앱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지자체는 앱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2019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 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공공기관과 지자체, 중앙부처가 운영하는 공공앱 715개 중 234개(32.7%)가 최종 폐기처분 됐다. 124개(17.4%)는 개선대상으로 분류됐다. 715개의 공공앱에 투입된 누적예산은 850억(개발 743억원, 유지보수 106억) 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278억원의 예산(세금)이 공중에 분해된 것이다. 

이것을 이미 경험한 국민들이 공공배달앱을 지지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정보를 제공하거나 열람, 연동하는 수준의 보통의 공공앱과는 달리 배달앱은 초기 앱 개발보다 실제 운영하며 매일 발생되는 고정 비용이 크다. 지자체들은 공공배달앱의 한계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지자체는 민간주도로 공공앱이 아닌 민간 주도로 추진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상생 공정배달앱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갖춰져야 할 것들이 있다. 매일 발생되는 수백, 수천건의 이슈를 직접 대응한 경험과 운영방식이 고도화된 플랫폼을 운영해 본 경력이다. 이는 많은 지자체 상생공정배달앱 선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는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최소 6년, 7년 이상 적재돼야 ‘노하우’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자생력과 영속성을 위한 재무건정성과 사업운영 및 조직 구조가 갖춰졌는지 확인돼야 한다. 그래야 지자체 고정 예산 지원없이 지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이 언제 오는지, 취소환불, 배달중사고발생 등 매일 쏟아지는 문의와 민원을 각 지자체 민원실에서 직접 대응할 계획이 아니라면 반드시 전담 고객센터(콜센터) 운영도 필수조건이다.

무엇보다 독과점 이슈와 소상공인보다 플랫폼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지금의 악순환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띵동이 대한민국 최초로 배달독립을 외치며 최저 수수료를 선언한 이유다. 최근 소상공인들에게 0% 수수료 또는 적자구조를 제안하며 시장혼란을 만드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수익이 전혀 없이도 사업을 영속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 진입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수년간 적재된 노하우로 운영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러한 필수자격요건을 완벽히 갖춘 플랫폼, 배달앱 운영사라면 지자체가 공정하게 기회를 주고 아낌없이 지원 해줘야 한다. 지역화폐 연동은 물론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을 함께 추진하며 이용자 혜택과 편의성 강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사업자들의 연습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민간 배달앱들은 한번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둔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소상공인의 생계가 걸려있는 상황이며 지금도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생 공정배달앱이 기존 대형 배달앱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묻는다. ‘가능성이 적다, 불가능에 가깝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라는 조언도 가감없이 해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맞다. 이길 수 없다. 대한민국 시장은 보수적이며 이미 선점된 시장을 하루아침에 역전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이길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정확히는 이길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이기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앱들의 경쟁보다는 누군가는 문제를 바꾸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역할은 취득한 정보와 수익으로 이기적으로 이득을 보거나 횡포하는 것이 아닌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고 고객 맞춤형 정보와 편리함을 제공하며 사람과 제품, 사람과 공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줘야 한다. 플랫폼의 모든 원천은 소상공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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