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중심 일자리 위기···실업급여도 못 받아
제조업도 충격
전문가들 “재정지원·고용유지지원금 확대 필요”···안정화까지 '연착륙 '필요성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반등했지만 국민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나쁘다. 체감경기와 직결된 일자리와 내수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29일 전문가들은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기업 일자리 유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9% 성장했다. 1·2분기 연속 역성장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기저효과와 수출 회복의 영향 덕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실제 생활과 직접적 영향이 있는 일자리와 내수는 여전히 부진했다.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9만2000명 줄었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크게 취업자가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는 3월 이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 일자리 줄고 제조업 '흔들'

이는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3분기 민간소비는 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 전기 대비 0.1% 줄었다. 2분기에 1.5% 늘었던 것과 비교된다. 소비와 내수가 위축되니 이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숙박·음식점업(-22만5000명), 도·소매업(-20만7000명), 교육서비스업(-15만1000명) 등에서 9월 일자리가 전년보다 줄었다.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241만3000명으로 9월 기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실업자도 100만명에 달해 1년 전보다 11만6000명 늘었다.

자료=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특히 임시·일용직 노동자, 20대와 30대 청년층, 자영업자 등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9월 상용근로자는 9만6000명 늘었으나 임시근로자(-30만3000명)와 일용근로자(-4만1000명)는 각각 줄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1만8000명, 30대는 28만4000명 각각 줄었다. 

또한 한국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으로 위험이 옮아가고 있다. 9월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만8000명 감소했다. 8월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 5만명보다 커졌다.

자료=이종관 KDI 지식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의 양상과 정책적 시사점'
자료=이종관 KDI 지식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의 양상과 정책적 시사점'

이종관 KDI 지식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의 양상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교역산업에도 고용충격이 점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제조업에서 9월까지 약 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식산업에서는 3월에 약 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가 4월 이후 회복됐다. 하지만 최근 다시 감소폭이 확대돼 고용충격이 가시화됐다”고 했다.

여기서 교역산업은 제조업, 첨단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서비스업, 과학및기술서비스업, 농림어업, 광업 등을 말한다. 지역서비스업은 도소매업, 숙박및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등을 의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8월 중순 이후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대면서비스가 위축되고 소비도 줄었다. 체감경기가 안 좋다”며 “기본은 방역을 잘해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정 일자리를 늘리고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기업과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고용취약계층 재정 지원···기업 고용유지지원금 지속”

이에 고용취약계층 보호와 제조업 일자리 유지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고용취약계층에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은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

통계청의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고 노동자는 1년 전보다 3만명 줄었다. 용역이나 파견 노동자도 각각 6만3000명, 1만8000명 줄었다. 그러나 이들이 속해있는 비전형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7%에 불과하다. 작년보다 오히려 가입률이 2% 감소했다.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도 27.8% 수준이다.

고용보험을 받지 못하고 실직한 이들의 경우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조사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9월 7일부터 10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 8개월 본인 의지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비율은 비정규직(31.3%)이 정규직(4.3%)보다 7.3배 높았다. 또 실직을 경험한 직장인 중 80.8%가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 보험에 가입되지 않음(54.1%)이 가장 높았고 고용보험에 가입했으나 실업급여 수급자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가 26.2%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용취약계층을 정부가 지원해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초단기 노동자와 특고 등 고용취약계층은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재난 실업수당을 지급해 지원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구하거나 위기가 끝날 때까지 최소 50만원 이상의 생활이 가능한 금액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고용보험에 가입했지만 기간 등의 조건을 채우지 못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들에게도 기간 등 요건을 완화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간산업안정기금에 40조원을 투입한 것처럼 이들에게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관 위원은 “지역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에 재정을 지원해 소득 감소를 보조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완벽히 제어되지 않는 한 지역서비스업의 수요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더욱 효과적인 정책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조업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위원은 “교역산업도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 교역산업은 지역서비스업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는 고용승수 효과를 통해 경제전반의 일자리 창출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양질의 교역산업 일자리에 대해 보건위기가 종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연간 지원 기간 한도 180일에 제한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4분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는 한 일자리 부진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일자리는 경기의 후행지표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지 않는다면 9월을 저점으로 일자리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코로나 악영향이 많이 줄고 경제가 안정화 될 때까지는 재정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후에는 살아날 수 있는 기업 중심으로 지원하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 연착륙을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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