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이해충돌 조사·제재 기관 '독립성' 핵심”
“이행충돌 폭 넓은 의원 특성상 공개 의무 확대 필요”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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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는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 처리와 함께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조사하고 제재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가 함께 갖춰져야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이해충돌 의혹 사태가 일어났다. 건설업자 출신 박 의원의 가족 건설사가 박 의원 재직 기간에 피감기관으로부터 3000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건설사 원화코퍼레이션 대표,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을 지내다 국회의원이 됐다. 박 의원은 2015년 이후엔 건설국토교통위원회에 있었다. 국토교통위는 주택·토지·건설· 수자원 등의 국토분야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기능을 수행하고 행정부의 정책을 감시한다.

민생경제연구소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천준호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의원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피감기관으로부터 공사 수주 및 신기술 이용료 명목으로 3000억원 이상의 공사를 수주했다.

현재 여야 모두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처리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은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에게 직접적 제한을 주는 내용이기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의원들 자신의 이해충돌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의원들의 소극적인 모습도 있다. 그러나 지금 사회 분위기에서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취지는 공직자의 부정한 사익추구를 막고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위해 사적 이해관계의 개입 소지를 사전에 막는 것이다. 그 대상은 권익위 법안에 따르면 국회,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교육청, 공직유관단체, 각급 국립·공립학교 등 모든 공공기관과 함께 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 임직원, 각급 학교장‧교직원 등을 아우른다.

권익위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대리인 포함)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때에는 소속기관장에 신고하도록 했다. 고위공직자는 임기 시작일 기준 최근 3년간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하고 소속기관장은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공직자와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속과 비속은 공직자의 직무관련자와 금전, 부동산 등 사적 거래 시 신고하도록 했다. 이 외에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가족 채용 제한, 수의계약 체결 제한, 공공기관 물품의 사적사용‧수익 금지,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등의 조항을 뒀다.

그러나 권익위 법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사적 이해관계자 명단 공개와 임용·취임 전 업무활동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임용·취임 전 재직했던 법인·단체 등과 직접 관련된 직무수행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의 이용 금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정보’에 대한 이용 금지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공직자 뿐 아니라 공직자로부터 정보를 받아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제3자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이해충돌의 폭이 넓기에 추가적 공개 의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의원들은 재산상 이득을 취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로비에 반응하는 등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의원들의 정보 공개 의무를 폭 넓게 해 시민들이 의원들 행위에 대해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원이 되기 전 일했던 기관과 직책을 모두 공개하고, 의원이 된 후 작게라도 소득이 발생한 행위에 대해 무조건 신고하게 하고 정보를 공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재산상 이득 발생과 상관없이 이해충돌 관련 사유가 발생했을 시 의원 본인에게 등록 의무를 부과하고, 등록된 정보는 국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의원들의 신고 의무가 적용되는 사안들을 열거하고, 의원들이 등록의무나 회피의무 위반 시 제재 방안을 포함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공직자의 이해충돌에 대해 조사하고 판단해 문제가 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박덕흠 의원의 경우 이해충돌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이를 조사해서 판단하는 기관도 없고 징계도 안 되고 있다”며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조사하고 판단해서 징계를 하는 독립적 기관이 있어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고 했다.

하 대표는 “국민권익위와 같이 기존 국가기관이 이런 역할을 맡는다면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의 권익위는 정치적 독립성이 부족하다. 현재 위원장도 정치인 출신이 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권익위가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다는 신뢰를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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