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진출 발표에 소비자들 쌍수 들고 환영
그동안 쌓인 허위·미끼매물 등에 진절머리 나···이제는 소비자 보호해야 할 때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컴퓨터 부품 업계에서는 그래픽카드 사태로 인해 전통적인 유통구조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했다.

수 십년간 컴퓨터 부품 업계는 용산전자상가가 주도권을 잡고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해왔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출고가격 등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해외 판매가격보다 30% 이상 비싸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게 됐지만, 해외 직구의 불편함과 A/S 등의 문제로 울며겨자먹기로 용산에서 유통하는 부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용산을 몰락시키는 한 사건이 터졌다. 그래픽 카드 한 수입사가 중간 유통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직접 오픈마켓을 통해 물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용산에서 150만원에 팔던 제품이 99만원대에 판매되면서 용산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은 뚝 끊기게 됐다.

이후 한 방송사에서 용산전자상가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그동안 수많은 용산의 부도덕한 점을 겪어오며 용산의 몰락을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다.

이 같은 반응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후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선 골목상권, 소상공인 영업 침해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영역을 확장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는 모습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히자 대부분 소비자들은 두 손 들고 환영했다. 심지어 현대차를 응원한다는 의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 고객들의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일이다.

기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고차 시장은 허위 매물, 미끼 매물, 품질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일부 업체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를 직접 경험한 사람도 많고, 주위에서 들은 사례는 더 많다. 피해사례 경험이 수년간 쌓이면서 소비자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그동안 자정 노력은 없다시피 했다. 그것이 이번 현대차 중고차 진출 발표 이후의 여론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변화가 없었던 만큼, 이제는 소비자들을 위해 바뀌어야 할 때다. 약자가 정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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