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믿고 백신 접종 지속해야···불안하고 믿기 힘들다는 여론도 있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보건의료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의 큰 이슈는 독감백신 접종을 받은 직후 사망한 사건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독감백신을 접종 받은 후 사망한 사람은 총 59명이다. 첫 사망자 발표가 지난 19일 오후 질병청 브리핑에서 나왔으니 1주일 동안 사망자가 60명에 육박한 것이다. 

알려진 대로 질병청 수장은 정은경 청장이다. 지난 1월 하순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정 청장은 뉴스의 중심 인물이었다. 이번에는 독감백신 사태로 인해 일거수일투족 발언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정 청장을 믿고 일단 독감백신 접종을 맞아야 한다는 시각과, 그 반대로 독감백신 제조 과정이나 유통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일단 정 청장은 독감백신 접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59명의 사망 원인과 백신의 연관성이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늘어나자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어 사망자 20명에 대한 사인을 분석했다. 피해조사반은 20명 중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급성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사례는 없었고, 접종 부위 통증 같은 경증 이상반응 외 중증 이상반응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특히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이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고 조사반은 전했다.    

이에 현재로선 정부와 정 청장을 믿고 독감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 청장만 단독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이 사망과 접종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석이다. 불안한 것은 불안한 것이고, 과학적 검증 결과를 신뢰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반대 시각도 있다. 일단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신성약품이 독감백신 운송 과정에서 규정을 벗어나 상온에 노출시킨 것이 확인됐다. 한국백신이 제조한 일부 독감백신에서 백색입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주일 동안 59명의 사망이 발표됐는데, 정부와 정 청장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분명히 운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시킨 사례가 공식 발표됐던 신성약품이 남은 백신 물량을 유통시킨 것도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독감백신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여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백신이 국가 사업에 계속 참여하며 백신을 제조해 납품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유튜버는 정 청장이 물러나는 것은 물론 감옥에 가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사후 조사에서 잘못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은 일단 독감백신 유통 과정을 체크하고 사망 사례의 추가 발생을 지켜봐야 한다. 특히 질병청은 그동안 발생한 사망과 독감백신의 연관성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정 청장을 포함한 정부의 대처방식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은 모두 타당성이 있고 일리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점을 특히 유념해 향후 사망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발표하고 관련 통계도 실시간 업데이트하며 이번 독감백신 사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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