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재 발생 후 15개월 지났지만···이슈화 된 최근에서야 바쁜 행보 보이는 국토부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코나EV의 화재가 발생한지 15개월여가 흘렀다. 지난해 7월 강원도 강릉에서부터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에 이르기까지 총 14대의 코나EV가 화염에 휩싸였다.

한 건이면 단순한 사고로 치부될 수 있지만, 십 수 차례 발생한 연속화재는 구조적 결함의혹을 증폭시켰다. 최근의 화재는 국토교통부가 배터리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하고, 현대자동차가 자발적 리콜에 돌입한 직후 발생해 논란이 컸다. 해당 차량이 리콜조치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를 받았던 차량으로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더욱 배가됐다. 

이번 논란으로 현대차와 배터리 공급사 LG화학의 책임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현대차가 제작한 숱한 전기차들 중 유독 코나EV에서만 화재가 발생했지만, LG화학 배터리는 더 많은 브랜드들의 전기차에 납품한 탓에 책임소재가 쉬이 가려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심지어 LG화학 배터리는 코나EV 외에도 다른 현대차 전기차에도 탑재됐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 간 자존심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이번 연속화재를 두고, 국토부의 미흡한 대처가 다소 아쉬워 보인다. 명확한 화재원인 규명의 책임이 있는 부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원인을 지목해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배터리 분리막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제조사 LG화학은 물론 학계에서도 반박여론이 일면서 의구심을 오히려 더 키운 꼴이 됐다.

업계와 전문가들 모두 이번 화재 결함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일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국토부의 행보가 비판받는 까닭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데 있다. 최근 국토부는 현대차·LG화학 양사 관계자들까지 한 데 모아 ‘특별조사팀’을 꾸렸다. 앞서 1년여 간 원인조사 끝에 ‘의혹’만을 내세운 국토부의 이번 특별조사팀 구성을 놓고, 비교적 최근에서야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라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 국토부가 LG화학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발표함과 동시에 현대차의 자발적 리콜 소식을 전한 당일,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현대차 서보신 사장을 향해 코나EV 연속화재를 추궁하고 있었다. 잇따른 화재에도 원인조사에만 열을 올리던 국토부가 국정감사를 통해 이슈화되는 시점에 발맞춰 조속히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의심이 지워지기 힘든 대목이다.

발표 후 여론은 현대차와 LG화학의 책임공방에만 주목했고, 국토부는 논란의 초점에서 다소 빗겨난 것이 사실이다. 1년 동안 원인규명에 매달렸다는 국토부는 최근 1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상당히 바쁜 행보를 보였다. 국감에 발맞춰 화재원인 분석 중간발표를 감행하고, 특별조사팀까지 꾸렸다. 문제는 국토부의 행보에 소비자 보호는 등한시됐다는 점이다.

처음의 화재가 발생하고, 유사한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화재가 발생했을 때 조속히 코나EV에 대한 전면조사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국감과 관계없이 여론이 들끓기 훨씬 이전부터 현대차와 LG화학 관계자들을 한 데 모아 책임소재를 추궁하며 머리를 맞댔으면 어땠을까. 또한 몇 번의 화재 상황에서 서둘러 리콜을 권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들이 묻어난다.

성급한 중간발표 대신 이 같은 노력의 흔적을 보이고 보다 선제적으로 조치했다면, 국민과 소비자를 더 안심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국토부가 유독 분주했던 최근 수 주 동안 코나EV를 거부하는 주차장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유주들은 불안을 넘어 불편을 감내하게 됐으며, 시민들은 코나EV를 보유한 이웃을 의심하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변화를 계기로 글로벌 상위 완성차 업체로 거듭나고자 하며, LG화학은 ‘포스트 반도체’라 불리는 배터리시장의 정상을 노리고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확실히 해결해야 의혹·의심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지금의 질책은 완성차·배터리 양 업계 모두의 미래를 위한 약이다. 비록 지금은 쓰더라도 확실히 낫게 한다. 여론의 질타가 아닌 국민과 국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정당국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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