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식품·레시피, 프랜차이즈 표절 사례 많아···특허권 인식 높이고 안전장치 마련해야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편견이 깨졌다. 노래제목에 철학자가 등장할 수도 있구나 깨달았다.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은 추석 연휴 전 연령층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고 친밀하게 부르며 인생에 대해 논하는 곡인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청자들의 마음에 다가왔던 것 같다. 최근 국정감사 때도 야당 국회의원이 이 노래를 틀며 질의를 했다고 하니 이미 유행이 한 차례 돈 셈이다.

‘테스형!’을 들으며 회한에 젖고 있을 즈음, 온라인을 시끄럽게 달군 사건이 등장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경북 포항 덮죽집 메뉴를 프랜차이즈가 표절한 것이다.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덮죽덮죽’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배달앱에 등록한 것이 발단이 됐다. 포항 덮죽집 사장은 SNS에 “다른 지역에 덮죽집을 오픈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과 그 외 지역의 어떤 업체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제발 뺏어가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건이 커지자 덮죽덮죽 본사 이상준 올카인드코퍼레이션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본사의 덮죽 프랜차이즈 진행과정에 있어 메뉴명 표절' 및 '방송관련성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표기했다. 수개월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덮죽을 개발한 포항 덮죽 대표님께 너무 큰 상처를 드렸습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회사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중단했다.

힘이 없는 스타트업과 자영업자일수록 저작권과 특허권 방어에 취약하다. 꽤 오래된 문제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식품은 특허를 출원하는 사례가 많이 없기 때문에 한 음식이 유명해지면 우후죽순 따라하기도 한다. 과거에도 대기업 편의점들이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카피캣 제품을 출시해 논란이 됐다.

과거보다는 요식업 상표 출원이 많아지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요식업 관련 상표 1만217건이 출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간 출원된 1만9094건의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 5년간(2015∼2019년) 요식업 관련 상표 출원건수는 2015년 1만8545건에서 2016년 1만7010건, 2017년 1만6652건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비대면 배달 등으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특허권과 저작권의 맹점은 여전하다. 먼저 국내 자영업자들은 해외 자영업자들보다 상표권 등록에 대한 인식이 느슨한 편이다. 몇몇 개인 자영업자들은 자신이 만든 레시피나 식품, 상품 등을 저작권 등록하지 않고, 오픈마켓에 먼저 판매부터 시작한다. 이 경우에는 후발주자로 표절제품이 나왔더라도 방어할 명분이 없어진다. 한창 유행했던 '토끼모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허권을 일부 사업에서만 등록한다는 점도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기자가 예전에 취재한 스타트업의 경우 자신의 서비스명을 상표권 등록한 하고 IT모바일 앱 특허로는 출원하지 않았다. 한 중견기업이 서비스명을 표절했고, 스타트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꽤나 고생했다.

중소기업 기술특허도 여전히 취약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 기술유출 총 피해액은 4242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영업비밀 관리실태 진단을 받은 중소기업 621곳 중 81%는 영업비밀 관리수준이 ‘취약’, ‘위험’ 또는 ‘무관심’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을 가져가려는 해외기업과 대기업이 많지만 중소기업이 기술을 보호할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사실 기자들의 콘텐츠들도 저작권 방어에 취약한 편이다.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IT플랫폼이나 유튜브에 허가없이 재가공되는 사례가 많다. 취재기자들이 쓴 기사들도 소리소문없이 유료 교재 등에 실리기도 한다. 기사나 사진들은 언론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지적재산이다.

상표권이나 특허권은 대부분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다만 사업을 하지 않는 유령 회사거나, 이미 나온 서비스나 사업을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했을 경우 상표권 출원이 보류되거나 거절된다. 하지만 특허권을 꼭 출원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표절 문제는 여전하다. 저작권 인식을 높이는 교육과 수시점검, 중소벤처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더 강화돼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인생은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의 아이디어를 교묘하게 바꿔서 저작권법을 피해갔다고 하더라도 남의 아이디어를 표절한 사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나훈아는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에 대해 물었다. 기자는 소크라테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테스형! 저작권 의식이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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