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의원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자정 노력 기울여야”
은행 대출 꺾기, 여전히 발생 중 

서울 시내의 은행권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은행권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은행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고객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은행원이 고객 돈을 빼돌려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액은 최근 5년간 4800억원에 달했다. 대출을 실행하면서 신용카드 발급 같은 금융상품을 끼워 파는 이른바 ‘꺾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은행 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1건(피해액 31억원)을 포함해 최근 5년간 185건의 은행 금융사고로 총 479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발생 건수로는 우리은행이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신한은행이 각 27건, 하나은행 23건, 농협은행이 19건이었다. 사고 금액은 기업은행 1337억원, 산업은행 1297억원, 농협은행 673억원, 우리은행 490억원, 부산은행 301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주요 사례는 작년 기업은행 직원이 거래고객의 거치식 예금을 가상화폐 투자와 가사 자금 등에 사용하기 위해 총 10회에 걸쳐 24억5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국민은행 직원도 지난해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것처럼 고객을 속여 3회에 걸쳐 13억3000만원을 받은 후 본인 명의로 주식에 투자한 것이 적발된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은행 자체 내부감사를 통한 사고 적발은 평균 32% 수준으로 저조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부감사 적발률이 55%에 머물렀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40%와 33%에 불과했다. 

대출을 실행하면서 신용카드 발급 같은 금융상품을 끼워 판 이른바 ‘꺾기’도 여전히 은행에 존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대출 관련 시중은행의 자체 점검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실행된 코로나19 1차·2차 대출 67만7000건 가운데 다른 금융상품이 비슷한 시기에 가입된 건수는 34%인 22만8000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자료는 코로나19 대출 전후 2개월 내 신용카드 가입 등 금융상품 가입 현황을 살핀 결과다. 꺽기에서 신용카드 발급이 17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예적금 가입이 6만9000건, 중도해지 때 원금손실이 가능한 보험·투자상품 강매는 6218건에 달했다.

은행별로 대출 건수 대비 꺾기 발생 비율을 보면 전북은행(60%·3337건)과 우리은행(59%·2만9665건), 하나은행(50%·3만5596건)이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 23%, 신한은행 21%, 농협은행 19%로 끼워팔기를 한 정황이 나타났다. 

꺾기 문제가 제기되자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금융리스크 대응반회의를 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대출 관련 일명 꺾기, 끼워팔기 등 구속성 금융상품에 대한 우려가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다”며 “창구에서 끼워팔기가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주길 바란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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