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채널 부상하며 뒷전 된 화장품 오프라인 가맹점···국감 이슈로 다뤄졌지만 여전히 희미한 상생의 길

“월세가 260만원인데 9월 매출이 120만원이었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권태용 미샤가맹점주협의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권 협의회장은 가맹본부가 오프라인 가맹점과 온라인 간 가격 차이를 두는 탓에 가맹점 매출액이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가맹점에서 4만원에 팔리는 제품이 온라인에서는 1만원에 팔린다. 가맹점은 기본 납품가와 임대료 등을 이유로 일정 가격 이하로 제품을 할인 판매할 수 없다. 밑지는 장사를 할 순 없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이 인테리어 위약금을 물면서도 폐점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자리는 상생 노력을 약속하며 끝맺었다. 조정열 에이블씨앤씨 대표는 이날 “온라인 공급가보다 가맹점주에 공급하는 가격이 유의미하게 낮다”면서 “이곳에 오기 전에 가맹점주분들과 상생 노력을 했으나 안타깝게도 해결되지 못했다. 돌아가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뒷맛이 쓰다. 서로가 두루 산다는 뜻의 상생은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문제 해결의 본질이다. 단어는 오용 없이 적확하게 쓰였다. 문제는 그간 ‘상생’이란 단어가 사용되어 온 역사에 있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불매운동 이슈, 각종 통행세 이슈, 무분별한 과잉 및 근접 출점 이슈 등 가맹점이 가맹본부를 향해 문제 해결을 요구할 때마다 가맹본부는 상생 카드를 들었다. 상생 경영 하겠다. 이는 모든 가맹이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시감 짙은 문장이다. 그러나 본부가 상생을 말한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는 반복됐다. 상생이 문제 해결의 실제적 의지가 아닌, 당장의 면피를 위한 피상적인 껍데기라는 사실이 매번 증명된 것이다. 매년 국감장에 울려퍼지는 상생 약속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그나마 미샤의 경우는 나은 상황이다. 조정열 대표와 같은 이슈로 증인에 채택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경배 회장은 국감 이틀 전인 지난 6일 고열과 전신 근육통 증상으로 국감에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국감장에 나와 가맹점주와 대면한 조정열 대표만큼의 진정성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 탓에 국감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 가맹점과 관련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이에 서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야당 의원들은 이를 질타하고 나서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그리고 미샤는 K뷰티 1세대 브랜드다. 이들이 2010년대를 무대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뷰티 트렌드가 좋은 품질의 국내 화장품을 만나 한국향이 된 시의적절, 그 이상이 있다. 화장품 판매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 이들 가맹점도 K뷰티를 만든 또 하나의 힘이다. 유행이 아니면 쉽게 버려지는 시대에 과거 소중했던 파트너의 존재를 복기하는 것,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진짜 상생의 태도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