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지주 여성 임원 제로, 지방은행엔 2명 그쳐
씨티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여성 임원 늘리는 등 모습과 대비
"유리천장 깨겠다"던 BNK금융, 3년 째 여성 임원 배출 못 해

시중은행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지방은행권에는 여성 임원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시사저널e

시중은행의 여성 임원이 증가하며 은행권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방은행권은 여전히 남성 위주로 임원진을 꾸리고 있다. “유리천장을 깨겠다”던 한 지방금융지주의 공약은 공염불이 된 상황이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은 여성 행장 등을 배출하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3대 지방금융지주 女임원·사외이사 ‘제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올해 상반기 BNK금융·DGB금융·JB금융지주 등 3대 지방금융지주의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도 모두 남성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방금융지주에서 여성이 들어갈 임원 자리는 없었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총 임원은 79명으로 이 중 여성 임원은 2명(2.5%)에 불과했다. 은행 중 부산은행의 박경희 WM고객본부 상무와 경남은행의 이정원 WM고객본부 상무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구·전북·광주은행에서 여성 임원은 찾을 수 없었다.

반면 4대 시중은행에는 총 6명의 여성 임원이 존재했다. 국민은행엔 김종란 금융투자상품본부 상무, 신한은행엔 왕미화 WM그룹장(부행장보)과 조경선 경영지원그룹장(부행장보), 하나은행엔 백미경 소비자보호그룹 전무, 우리은행엔 송한영 외환그룹 집행부행장보가 있다. 지방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부행장급 고위 여성 임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3대 지방금융지주와 5대 지방은행의 임원 성별 / 이미지=시사저널e

외국계은행에는 여성들의 임원 진출이 활발하다. 씨티은행은 기업금융 전문가로 유명한 유명순 수석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면서 민간은행 중 첫 여성 행장 탄생을 예고했다. 

씨티은행의 임원 11명 중 여성 임원은 5명으로 임원 전체의 절반이 여성이다. 유명순 행장 후보자 외에도 유기숙 커머셜사업본부총괄 전무, 이주현 업무전산그룹총괄 전무, 황해순 준법감시본부 상무, 윤효연 법무본부총괄 상무 등이 주요 은행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SC제일은행에도 총 4명의 여성 임원들이 존재한다. 

◇BNK금융 “유리천장 깨겠다”던 외침 3년 째 공염불

은행업계는 지난 2~3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은행에 여성 임원들이 시중은행 수준으로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017년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지주 여성 직원 33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금융업은 전통적으로 여성 직원 비율이 높지만 실제 여성이 경영진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BNK금융이 금융산업의 유리천장을 깨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말해 이런 기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BNK금융은 지난 2017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한 번도 지주에서 여성 임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들어 부산은행의 박경희 상무가 유일하게 은행 임원이 되면서 첫 신호탄을 알렸을 뿐이다. 경남은행도 2017년 이후 이정원 상무를 제외하면 한 명의 여성 임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은행업계는 은행에 여전히 여성의 승진이 어려운 유리천장이 존재하지만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에선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처럼 직원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여성 임원의 필요성과 역할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적어 여성 임원 비율이 여전히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의 여성 직원은 똑같이 결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상황을 경험한다. 그런데도 유독 지방은행에서 여성 임원이 적은 것은 그만큼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임원 선정에 남성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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