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이후 국내 게임 판호 발급 ‘0’건

중국 판호가 막힌 지 3년째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정부와 게임업계가 중국 시장을 계속 두드리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은 여전히 완고하다. 게임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국내 게임의 경우 지난 2017년 3월 이후 단 한건의 외자판호도 발급받지 못했다. 

반면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침투는 계속되고 있다. 과거 양산형 게임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중국 게임들은 이제 높은 게임성마저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출시된 중국 게임 ‘원신’의 경우 콘솔, 모바일, PC를 아우르는 멀티플랫폼을 구현해 게임업계와 유저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원신은 출시 직후 일본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표절했다는 비판과 안티치트 프로그램으로 인한 백도어 논란이 발생했으나 결국 흥행에 성공했다. 12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3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이제는 게임 개발력과 게임성에 있어서도 중국 게임에게 밀리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중국 게임들에게 한국 안방을 완전히 내주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게임업계에서는 결국 중국 시장을 뚫어야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그렇게 얻은 수익을 통해 고품질의 게임을 개발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국내 게임사들도 지난 3년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을 대신할 신흥 시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북미와 유럽에 진출했으며, 외산 게임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 시장에도 적극 진출했다. 하지만 그 어떤 곳도 세계 게임 시장 1위인 중국을 대신할 순 없었다.

결국 돌고돌아 게임업계는 중국의 판호 제한 해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중국과 한국 정부의 협상이 언제 재개될 지 아무런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판호 관련 논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결책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정부에서는 판호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산업이 중국에 완전히 먹히면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려나.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만약 자동차나 반도체가 중국 수출이 금지되도 정부가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며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게임을 애들 코묻은 돈이나 뺏는 상품, 혹은 불량식품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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