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손실 명확한 은행 입장에선 점포 함부로 못 줄여
신용대출 증가 원인 복잡···일괄적 규제 오히려 시장 왜곡
‘법률은 최소한’ 상식, 금융권서도 지켜져야 

“한 은행이 지점을 과감하게 줄였다고 합시다. 그러면 금융당국 말대로 고객은 불편해질 거고, 결국 고객은 은행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은행 상품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은행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은행은 이미지가 중요해서 고객 항의와 감소를 두려워해 점포 축소 속도를 줄일 겁니다. 공급과 수요 원리처럼 시장 원리가 점포 축소에도 들어있는데 지금은 당국이 이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를 만나면 은행권의 입장 변화가 보인다. 금감원 하면 일단 기가 죽었던 은행들이 지금은 논란이 되는 사안에선 당국에 상당히 공격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으로 논란이 된 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에서 당연히 이긴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익과 손실이 명확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 법정에 서는 것이 금감원 권고를 따르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말과 같다. 

점포 축소도 비슷한 문제다. 은행들은 점포 감소는 디지털금융 시대의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본다. 은행을 찾는 고객이 없는 점포는 통폐합을 통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금감원은 급격한 점포 축소가 전 은행권에서 나타나고 있어 디지털 취약계층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한다. 결국 고객의 점포 이용 횟수가 미비해도 금감원 주장대로 취약계층이 존재한다면 은행은 점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이미지가 나빠지면 고객을 다른 은행에 빼앗기기 때문에 점포를 쉽게 줄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고객이 많이 찾는 전통시장 근처 점포의 경우엔 없애는 것이 오히려 은행 손해다. 그만큼 은행을 규제하지 않아도 시장 원리에 의해 은행의 행동이 규제된다는 말이다. 현재의 금감원 우려에는 지나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용대출에서도 세련되지 못한 규제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고신용·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해 그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계획에 대해서도 은행권은 할 말이 많다. 신용대출 확대로 연체 상승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나, 대출 부실화는 고신용·고소득자에서 나타나지 않고 저신용·저소득자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자금 마련 목적의 신용대출이 늘었기 때문에 단순히 전체 수요를 규제하면 2금융권으로 수요가 옮겨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금융권 전반의 대출 부실화를 일으킬 수 있다. ‘상장사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은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복잡한 상황 분석 없이 신용대출이 증가했다고 일괄적으로 규제부터 하려는 것이 오히려 금융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우려다. 

이 외에도 은행의 중간배당 결정, 최고경영자 연임 등으로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계속 마찰을 일으켜 왔다. 이 싸움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서로가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주장만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법률은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상식에서 생각해본다면 금융당국의 발언에도 지나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가 많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불완전판매 감시 등 소비자보호 강화, 금융시스템 안정 유지, 금융 선진화 유도 등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의 규제는 꼭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민간 은행의 경영에 맡길 것은 맡겨야 은행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지금처럼 ‘은행은 규제 산업’이라며 전부 규제하려 들면 결국 규제가 아닌 '간섭'이 되고 만다. 지금은 이런 간섭이 많아진 모습이다. 결국 금융권 성장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런 간섭이 금융 성장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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