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민의힘 거부로 무산”···당 특위 설치, 진상규명·팩트체크 등 집중키로
野, 국정조사·국정감사 등 추진 가능성 내비쳐···‘종전선언 결의안’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28일 해군과 해경이 북한에서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발견한 오탁방지망 추정 플라스틱 물체(사진 왼쪽)와 나무재질 물체(사진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28일 해군과 해경이 북한에서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발견한 오탁방지망 추정 플라스틱 물체(사진 왼쪽)와 나무재질 물체(사진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북한에 의한 민간인 피격사건 관련 국회의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이 끝내 불발됐다. 야당이 국회 긴급현안질의를 재차 요구하면서 여야간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여야의 첨예한 입장차에 따라 대북규탄결의안 처리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석 명절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여야가 연휴 직전 국회 본회의 열어 처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협상 결렬···국민의힘, 긴급현안질의 재차 요구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8일 김영진(민주당)·김성원(국민의힘) 등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상 관련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을 바꿔 10월 6일 국회 현안질의를 다시 제안했다”며 “금일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 결의는 국민의힘 거부로 무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대북규탄결의안을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요구했던 긴급현안질의에 대해서는 국회 국방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현안질의가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요구는 정쟁화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말을 바꿔서 현안질의를 다시 제안했다”며 “우리는 정의당의 결의안과 우리들의 결의안을 가져갔고 (국민의힘은) 원래 있었던 국회 국방위원회 결의안으로 합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안질의를 해야겠다고 하니까 저희는 원래 입장이 (현안질의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오늘 본회의는 무산됐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날 회동에서는 결의안 문구도 쟁점이 됐다. 민주당은 북한이 피격사건 관련 사과 입장문을 발표한 만큼 결의안 문구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국민의힘은 지난 국방위원회에서 채택한 결의안 원안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변인은 “국방위 결의안과 유사한 안을 저희가 가져갔고 사실관계 약간 다른, 이를테면 시신을 불태운 부분은 확인될 때까지 빼고 저희가 계속 요구했던 공동조사와 남북연락망 구축 등을 넣었는데 (국민의힘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결의안 채택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에 보다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조속한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가짜뉴스’ 등의 확대를 저지하고, 야당의 정쟁에도 휘말리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조금 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내에 공동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며 “특위는 우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는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황희 의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예비역 육군 대장 김병주 의원 등이 각각 맡아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동시에 남북공동조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을 향한 비판 수위도 높이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보수야당은 월북 여부 등 핵심적 사실을 가리기도 전에 낡은 정치공세와 선동적 장외투쟁부터 시작했다”며 “군사 대응 같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국민의힘은 근거도 일관성도 상실한 국정 흔들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지난 박근혜‧이명박 정부 당시 ‘박왕자씨 피격사건’, ‘목함지뢰 폭발사건’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당 때와 야당 때가 너무나 다른 국민의힘의 두 얼굴 행태는 오직 국정발목잡기를 위한 정쟁에 불과하다”며 “대북정책은 정략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진상규명과 남북관계 진전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바란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야 원내수석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야 원내수석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국정조사·국정감사에서 끝까지 추궁”···“北 ‘미안문’ 하나로 궤변 늘어놔”

반면 야당은 정부·여당을 강력 규탄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께서는 국민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과거에 누누이 해온 분인데 유독 이번만큼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며 “정부가 (피격사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도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며 “이 정부가 북한에 관해서 왜 이렇게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해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경위도 의문투성이일 뿐 아니라 남과 북의 말이 모두 달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국정조사, 국정감사에서라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현안질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 처참하게 살해되고 소훼된 사건에서 본회의조차 열지 않을 힘을 민주당에 주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북한의 사과문 관련 “사과문이 아니고, 미안하다고 했으니 ‘미안문’”이라며 “국방부가 국민을 속이기 위해서 특수정보를 이용해 거짓말한 것이 아니라면 북한이 임시 모면을 위해, 혹은 남남 갈등을 위해서 사실과 다른 ‘미안문’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과 관계있는 여러 사람들이 ‘미안문’ 하나로 마치 북한의 잘못이 없고 아주 좋은 기회가 돌아온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외통위 자동상정···野 피격사건 상황 속 ‘부적절’ 반발

한편 피격사건 관련 여야의 대립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자동상정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회법상 결의안은 위원회에 회부된 지 50일 이후 첫 전체회의에 자동상정되고, 해당 결의안은 지난 6월 16일 외교통일위원회에 회부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현재의 상황에서 종전선언 결의안 상정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숙려기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간사 간 협의로 하는 것이 국회법 절차”라며 “상황이 달라졌다. 북측 설명과 정부 발표 내용의 차이점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결의안 심사는 국회법에 명시된 절차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민의 피격 사건에는 야당 의원뿐 아니라 우리 모든 국민이 울분을 갖고 있다”며 “다만 국회는 절차에 의해 진행하는 것이다. 법안심사소위에 올려 여야가 충분히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야당은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본 의원은 지금일수록 더 때라고 생각한다”며 “2018년에 종전선언을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만약 그 때 종전선언이 이뤄졌다면 이번 불행한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 속에 종전선언 결의안은 안건조정위원회로 회부됐고, 최대 90일간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한반도 종전선언 결의안이 자동상정됐다. /사진=연합뉴스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한반도 종전선언 결의안이 자동상정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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