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없는 신한금융, 악사손보 예비입찰서 빠져
“악사손보, 전력적 방향성 맞지 않았다”
신한금융, 하반기부터 KB금융보다 순익 적을 것으로 예상 돼

신한금융지주 본사 모습. 신한금융 계열사 중에는 손해보험사만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 본사 모습. 신한금융 계열사 중에는 손해보험사만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 완성이 자꾸만 미뤄지는 분위기다. 경쟁사인 KB·하나금융지주가 손보사를 인수하며 비은행 계열사를 총망라하는 ‘라인업’을 완성했지만 신한금융은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한금융은 손보사 확충이 급한 사안이 아니라며 적당한 매물이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푸르덴셜생명 안은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내줄 듯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악사손보 매각과 관련해 예비 입찰에서 모습올 보이지 않았다. 악사 매각 과정에는 교보생명만 참여한 상황이다. 

업계는 신한금융이 비은행 계열사로 손보사가 없는 만큼 이번 매물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 지주사들이 은행·증권·생손보·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를 모두 거느리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푸르덴셜생명을 2조2000억원에 사들여 13번째 자회사로 품었다. KB금융은 상반기 기준으로 신한금융과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경쟁을 펼쳤지만 올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3분기부터는 KB금융이 금융지주 1위 자리를 재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도 상반기까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경쟁 구도를 2강2중(신한·KB-하나·우리)에서 3강1중(신한·KB·하나-우리) 체제로 만들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지난 6월 디지털 기반의 종합 손해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을 출범해 KB금융과 같이 은행·증권·생손보·카드를 모두 가진 금융지주가 됐다.  

신한금융과 KB금융과의 상반기 순이익 추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신한금융이 앞섰지만 하반기부터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순이익이 약 1000억원(작년 3분기 기준)이 더해질 경우 신한금융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 이미지=시사저널e
신한금융과 KB금융과의 상반기 순이익 추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신한금융이 앞섰지만 하반기부터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순이익이 약 1000억원(작년 3분기 기준)이 더해질 경우 신한금융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 이미지=시사저널e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신한금융이 악사손보 인수전에 뛰어들어 지주 경쟁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손보사 인수는 신한에도 필요한 만큼 악사손보 매각과 관련한 예비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악사손보의) 시장 경쟁력이 약한 것이 문제였다”며 “수천억원을 들여 인수하기에는 신한금융 입장에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악사손보의 수익성이나 시장 영향력을 따졌을 때 지주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6억1100억원으로 KB손보의 순이익(1440억원)과 비교해 순이익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큰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79억원 순손실을 낸 바 있어 영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금융 “디지털손보사 설립·보험사 인수, 모두 고려 대상”

신한금융은 손보사 확충을 위한 대안으로 종합 손보사 인수합병 외에도 디지털 손보사를 세우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손보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여러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에 디지털 손보사는 ‘통신판매 전문 보험사’로 인가를 받고 쉽게 시작할 수 있어 신한금융 입장에선 적당한 매물이 없을 경우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해 종합손보사로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생명과 신한생명의 통합을 완료하는 내년 7월 이후에나 손보사 논의를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기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언제든 좋은 매물이 나오면 인수합병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신한금융의 입장이다. 

다만 신한금융 내부에선 디지털손보사로 갈 경우 성장에 필요한 시간과 지주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기까지 들어갈 비용이 많아 실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악사손보를 여러가지로 고려한 결과 전략적인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디지털손보사 설립이나 중형급 손보사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손보사 인수가 급한 사안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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