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 계열사 루미마이크로, 인수 발표···연매출 626억원 규모 비해 저평가 지적
작년 영업사원 제보로 리베이트 제공 의혹 제기···이니스트 “올해 관청 조사 없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비보존 계열사 루미마이크로에 인수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매각대금에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기업 가치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지만, 연매출 626억여원 규모에 최근 급성장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609억원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바이오기업인 비보존은 최근 계열사인 루미마이크로를 통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루미마이크로는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23일 지분 89.6%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루미마이크로 공시에 따르면 609억원이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비보존 측 이사 3인과 감사를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향후 루미마이크로와 이니스트바이오제약 합병도 신속하게 추진된다. 비보존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양사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보존 관계자는 “루미마이크로도 오는 10월 22일 임시주총을 열어 ‘비보존 헬스케어’로 사명 변경 및 제약 전문가 박홍진 부사장의 사내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비보존 계열사 루미마이크로의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인수가 전격 발표되자 제약업계는 인수금액에 다소 의아해 하고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 관행상 연매출액과 수익성 등 경영실적, 프리미엄 등 여러 수치를 평가해 제약사 인수금액을 결정하게 된다”며 “이번 인수금액은 최근 수년간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급성장한 실적에 비교하면 너무 적은 규모”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8년 4월 CJ헬스케어가 한국콜마에 인수됐을 당시 대금은 1조3100억원 규모였다. 당시 CJ헬스케어는 연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700억원 규모 제약사였다. 물론 당시 CJ헬스케어와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점을 감안해도 600억원대 매출 규모 제약사가 609억원에 매각되는 것은 제약업계 관행상 이해하기 힘들다고 제약사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지난해 625억9626만6187원 매출을 달성한 제약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억5688만9534원, 16억1375만4108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31% 성장률을 보이며, 사업을 확대해왔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이니스트그룹의 핵심 회사다. 이니스트그룹에는 원료의약품 유통업체인 이니스트팜과 원료약 제조업체인 이니스트에스티도 있다. 약업계 현실상 완제의약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그룹의 구심점이 될 수 밖에 없는 구도였다. 이니스트에스티는 650억여원, 이니스트팜은 300억여원 연매출 규모로 파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지난해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받았던 것이 이번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뉴스타파가 영업사원 제보를 토대로 4회에 걸쳐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보도한 바 있어 매각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추론이다. 업계 관행을 뛰어넘는 예상보다 낮은 매각대금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당시 회사 대표까지 거론되며 시리즈로 리베이트 제공 의혹이 보도된 후 파급효과는 컸다”라며 “그룹이 올해 초부터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즉, 리베이트 이슈를 안고 있는 제약사를 지속하는 것보다는 매각을 통해 부담을 덜고 그룹의 나머지 2개 회사 경영에 주력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비보존이 밝히는 대로 루미마이크로의 다음 달 임시주총을 전후로 이니스트바이오제약과 합병한다면 사명은 비보존 헬스케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란 사명은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도 예고된다.  

이같은 지적과 관련, 이니스트바이오제약 관계자는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면서 “사내에는 매각과 관련된 공지가 없었고, 비보존 보도자료를 보고 인지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12월 보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청의 조사는 없었다”며 “오는 29일 임시주총에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사안을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로 다를 수 있지만, 이번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매각대금은 회사 프리미엄이나 성장세에 비해 적다고 보는 것이 타당성 있다”며 “직원들 고용승계 여부 등 향후 구체적 사안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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