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추천’ 김윤석 사외이사, 행추위원장 선임···행추위 일정 등 조정
정부 vs 수협 갈등 지속시 2017년 ‘경영 공백’ 사태 재현 가능성도

이동빈 Sh수협은행장/그래픽=시사저널e
이동빈 Sh수협은행장/그래픽=시사저널e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수협은행장 선임이 점차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다. 선임 작업 초기만 하더라도 지난 3년 동안 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이 행장의 연임이 점쳐졌으나 은행장추천위원장 자리와 정관 개정 여부를 놓고 정부, 수협중앙회(이하 수협) 간의 갈등이 심화되며 그 향방이 묘연해졌다.

역대 처음으로 기재부 출신 인사가 행추위원장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다시 관료 출신 행장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수협의 이견으로 인해 지난 2017년과 같이 장기간 경영공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이날까지 차기 수협은행장 공모 접수를 마감하고 선임을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행추위는 지원자들이 제출한 신청서, 이력서, 경력증명서 등을 바탕으로 내달 8일까지 서류 합격자를 추린 후 내달 12일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는 면접을 실시한 10월 셋째주 안으로 결정하고 이동빈 현 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달 24일 이전에 선임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던 이달 초까지만해도 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 행장은 2017년 취임 이후 3년 동안 수협은행을 이끌며 외향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31조9739억원이었던 수협은행의 총 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2조8817억원까지 34.11%나 증가했으며 총 여신도 같은 기간 25조6731억원에서 35조2563억원으로 37.33% 늘어났다. 당기순이익도 2017년 1952억원에서 지난해 219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안정을 위해 CEO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금융권의 흐름도 이 행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행추위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와 수협의 갈등으로 인해 상황은 급변했다. 첫 시작은 수협이 추진한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이었다. 수협 측은 지난 7일 수협은행 이사회에서 수협은행장의 임기를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연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정부 측은 은행장의 임기가 줄어들 경우 은행에 대한 수협의 경영간섭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수협은행의 지분은 수협이 100% 소유하고 있지만 지난 2001년 1조1581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정부 역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직 수협이 갚아야할 공적자금은 8500억원 가량 남아있으며 수협은행의 이사회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들이 각 1명씩 이사회에 참여한다.

행장 임기 변경에 이어 행추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정부와 수협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수협은행 행추위에는 기재부, 금융위, 해수부 추천 사외이사 3인과 수협 측 추천인사 2명 총 5명으로 구성되는데 기재부·금융위 측과 수협 측이 서로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싸움을 벌였다. 해수부의 경우 부처 특성상 수협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 수협 측과 뜻을 같이 한다.

결국 정부와 수협은 한 발씩 양보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행장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는 대신 기재부 추천 인사인 김윤석 사외이사가 행추위원장을 맡았다. 수협 추천 인사가 아닌 기재부 추천인사가 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협은행이 관료 출신 행장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행추위원장은 의견권은 나머지 4인과 동일하지만 대외적으로 대표성을 지닌다는 점, 행추위 개최 일정을 정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원자 현황을 파악한 후 마땅한 인재가 없을 경우 재공모를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 행장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주변 임원들에게 연임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수협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며 “공모 마감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수협 쪽과 기재부 쪽의 갈등으로 인해 2017년의 경영공백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이원태 전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4월 12일에 만료됐지만 정부와 수협 사이의 이견으로 인해 10월까지 차기 행장을 결정하지 못했었다. 수협 내부 출신이 아니면서 관료 출신도 아닌 우리은행 출신 이 행장이 깜짝 선임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수협은행장은 5명의 행추위원 중 4명이 찬성을 해야 선임이 되는 구조”라며 “관료 출신이든 내부 출신이든 정부와 수협 양측을 만족시키는 인사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