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의지 보인 이동걸 산은 회장 연임 성공
‘비토권’ 족쇄도 풀려 매각에 탄력
KDB생명, 상반기 503억원 순익···영업력 자신감 되찾아

KDB생명 매각 일지.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KDB생명보험의 매각이 올해 안에 완료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KDB생명 매각에 의지를 보여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산은 회장 연임은 없다’는 관행을 깨고 임기를 연장했고, 매각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던 칸서스자산운용의 비토권도 최근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또 올해 KDB생명의 영업력까지 회복되며 매물 가치가 높아져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6월 말 KDB생명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JC파트너스를 선정한 이후 KDB생명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KDB생명 매각은 산은의 10년 된 숙원 사업이다. 2009연 말 금호그룹을 지원하고자 산은은 6500억원에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사들였다. 이후 2014년 4월 1차 매각 실패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2차, 2016년 12월 3차 등 세 차례에 걸쳐 매각에 실패했다. 그 동안에 KDB생명에 투여된 금액은 1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업계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KDB생명 매각이 어려워진다고 평가했다.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해야 ‘헐값 매각’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입찰자로 나선 곳이 업계 불황과 KDB생명의 낮은 영업력을 이유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 연임 성공도 매각 호재

이런 악순환 속에서 KDB생명 매각에 불씨가 살아난 것은 지난해 이동걸 산은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희망 매각가를 1조원이 아니라 2000억원까지 낮추면서 매각에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간을 더 끌다간 매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이 신한금융지주에, 올해 초엔 푸르덴셜생명보험이 KB금융지주에 매각되면서 KDB생명의 매각 실패가 단순히 보험업계의 불황 때문이 아니라 산은의 의지 부족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이런 이유로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KDB생명 매각가격과 관련해 “조금 더 받겠다고 안고 있는 것보다 원매수자가 나오면 빨리 매각하는 게 비용을 최소화하고 시장에도 좋다”며 희망 매각가로 2000억원을 업급하기도 했다. 산은은 지난해 하반기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고 단독 실사를 진행한 JC파트너스를 올해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속도전을 펼쳤다. 

◇칸서스자산운용 비토권 상실···매각 ‘발목잡기’ 요인 사라져

KDB생명 매각 절차는 이 회장의 산은 회장 연임과 함께 칸서스자산운용이 매각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비토권)를 상실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는 우선 이 회장이 KDB생명 매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만큼 연임 이후 최우선으로 KDB생명 매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최근엔 칸서스자산운용이 KDB생명 비토권을 상실하면서 매각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산은은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할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6500억원 규모의 PEF를 만들어 인수한 바 있다. 

이후 산은이 KDB생명을 2000억원에라도 매각하겠다고 하면서 KDB생명 인수에 참여해 주주가 된 KDB칸서스밸류PE의 유한책임사원(LP)의 손실은 불가피해졌다. 이에 칸서스자산운용이 비토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KDB칸서스밸류PEF는 지난 10일 사원총회를 열어 펀드정관을 개정, 칸서스자산운용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면서 매각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제거된 것으로 평가된다. 

◇상반기 503억원 순익···적자 늪 탈출

KDB생명의 영업 경쟁력도 올해 되살아나고 있다.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매물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인수자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있는데 이 문제도 올해 사라진 상황이다. 

KDB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0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0% 증가했다. 2018년 말 1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767억원 당기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봤던 KDB생명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한 뒤 2019년 344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한 해 벌어들인 순익 규모를 뛰어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지난해 말부터 KDB생명 매각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고 최근 KDB생명 순익 증가로 매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보험업계에서 KDB생명 매각이 하반기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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