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특별감찰관 임명 등 우선 처리 후 공수처 출범 협조 입장
與, ‘동시진행·일괄처리’ 역제안···공수처 협상 교착상태 해소 분위기

교착상태에 빠졌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재개되는 모습이다. /사진=이창원 기자
교착상태에 빠졌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재개됐다. /사진=이창원 기자

출범 법정시한(지난 7월 15일)을 훌쩍 넘기고도 여야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의 ‘동시추진·일괄타결’을 야당에 제안하면서다.

이에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 완료 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고, 향후 해당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는 예상되지만, 그동안 팽팽했던 교착상태는 해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與, 공수처·특별감찰관 후보·북한인권재단 이사 등 ‘동시추진·일괄타결’ 제안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설치와 특별감찰관 후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동시 추진, 일괄 타결을 위한 신속 협의를 주호영 대표께 제안한다”며 “오랜 시간 끌어온 현안들을 여야 합의에 의해서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은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진통 속에 지연된 것이고 북한인권재단 구성이 늦어진 것은 교섭단체별 이사 추천 숫자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난 국회에서 어렵게 공수처 설치법이 처리된 만큼 공수처 설치와 특별감찰관 후보, 그리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연되고 있는 특별감찰관 임명,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을 촉구했고, 이 문제가 완료되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즉시 추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제조건’만 해결된다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에 민주당은 당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구성, 공수처 출범 등 전제조건을 역제안했지만, 이날 ‘동시추진·일괄타결’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무엇부터 먼저 시작하느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안에 반대하는 것과 통과된 법률을 위법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통과된 공수처법을 위법 상태에 있게 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서로 입장이 다르더라도 여야가 법을 지키는 국회의 전통과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설치와 특별감찰관 후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동시 추진, 일괄 타결을 위한 신속 협의를 주호영 대표께 제안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설치와 특별감찰관 후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동시 추진, 일괄 타결을 위한 신속 협의를 주호영 대표께 제안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野 “‘동시진행·일괄타결’, 함정 있다”···與,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도 ‘만지작’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역제안에 ‘함정’이 있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우선 마무리하고, 즉각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임명, 공수처 설치 등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추천하면 끝나는 것이지만 특별감찰관은 여당이 자기 사람만을 고집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절차 시작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합의해 2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한 사람을 선택해 임명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이 여당몫 1명, 야당몫 1명을 추천하자는 입장이라 사실상 야당 추천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민주당의 제안대로 ‘동시진행·일괄타결’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 특별감찰관, 공수처장 등 모든 자리에 야당몫 인사를 배치하지 못하고, 협상 내내 민주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도 “김 원내대표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거기에 ‘함정’이 있다”며 “특별감찰관 추천이 완료되면 저희들은 즉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할 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여야의 입장차는 관측되지만, 협상 재개의 고리는 일단 풀게 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동안 폭우, 태풍, 코로나19 등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던 공수처 구성 안건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 같다”며 “여야 원내대표의 발언은 협상을 앞둔 일종의 ‘기싸움’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부 안건들도 윤곽을 잡은 만큼 실무 협상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협상이 끝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가 자신들이 제시한 협상 전제조건을 고집할 경우 9월 정기국회 내내 대치상황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협상 전제조건을 민주당이 뭉뚱그려 함께 논의하자고 맞받는 것은 이해가 좀 어려운 부분”이라며 “조정이 된다면 협상에는 속도가 붙겠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재차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관측된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0일 이내 각 교섭단체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요청, 기간 넘겨 추천하지 않는 교섭단체가 있을 시 법원조직법상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야당몫 추천위원으로 임명·위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개정안을 발의하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4명을 기존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 추천’이 아닌 ‘국회 추천 4명’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법안들은 야당의 비협조로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원활한 공수처 출범 절차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수처가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으로 출범하는 모양새를 경계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야당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로만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의 ‘동시추진·일괄타결’ 역제안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의 ‘동시추진·일괄타결’ 역제안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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