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반등 불가능으로 예상
5월 언급한 증세 필요성 내용은 빠져

자료=KDI,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KDI,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지난 5월 발표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완화된 수치를 내놨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1%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에는 내년 성장률이 크게 올라가면서 V자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점쳤지만 이번에는 V자 반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을 바꿨다.

KDI는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우리나라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이 감소하면서 역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제 회복 속도가 상당히 느려 ‘V자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KDI는 지난 5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이어 이번에는 0.2%에서 –1.1%로 1.3%포인트 낮춰 잡았다. 다만 지난 5월 하위시나리오로 제시한 –1.6%보다는 덜 추락한 전망치가 나왔다.

KDI가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경기가 얼어붙고 소비 역시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도 3.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지난 5월보다 0.4%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이 올해 -1.1%, 내년 3.5%이면 연평균 1.2% 성장하는 모습이라 잠재성장률보다 상당히 낮다. 내년에 가서도 우리 경제가 충분히 정상경로에 도달하기 쉽지 않을 것임을 함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 -1.1%는 9월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4분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는 가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므로 3단계로 진행된다면 성장률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간소비는 올해 4.6% 감소한 뒤 내년에 소폭 반등해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감염 우려로 소비 활동이 제한된 데다 소득도 줄면서 민간 소비 개선이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의 경우 올해 -4.2%, 내년 3.4%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상품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긴 하나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경제 전망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KDI는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이 조기에 개발돼 광범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경우 내년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높은 확산세가 대내외에서 지속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화될 경우에는 경기하락 폭이 더욱 커져 경기 회복도 더욱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도 양국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KDI는 “당분간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내고 경제·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재정정책은 당분간 방역체계 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입은 취약계층 보호에 더 집중해서 재정지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증세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KDI는 지난 5월에는 지출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수입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대안 모색을 병행해야 한다며 증세 등 수입증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증세 내용은 빠지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지난달 한국은행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V자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발표한 기존 -0.2%보다 1.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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