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사실상 무산···이 회장 연임 변수
매각 작업 마무리 및 뉴딜펀드 사업 등 산은 과제 산적
“이 회장 이을 마땅한 적임자 없어"···연임론도 ‘솔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년여간 산업은행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노딜’로 무산됐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KDB생명의 헐값 매각 논란에 이어 매각 잡음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동걸 회장의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10일 만료된다. 임기 종료일이 하루 남짓 남은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도 이번주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비용을 기존 2조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깎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산은 채권단이 거절했던 12주간의 재실사 요청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회장의 임기 말 최대 이슈로 꼽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건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국책은행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임기 만료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현재까지 차기 회장 후보로 별다른 하마평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동걸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이 회장의 임기 말 최대 이슈였던 아시아나항공 매각건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건 외에도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서두르면서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시작한 KDB생명의 네 번째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매각가를 2000억원대로 대폭 낮췄다. 매각 실패를 반복하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쏟아부은 공적자금만 1조원이 넘는다는 사실과 당초 적정 매각가로 8000억원까지 고려했던 점을 생각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공적 자금 회수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매각대금으로 2조원 수준의 가격을 책정했다. 더구나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5.7%)을 팔면서 매각대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받으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동걸 회장의 임기 동안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임기 내 맡은 매각들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며 “아시아나 매각건을 비롯해 앞서 헐값 매각 논란으로 잡음이 발생했던 사안들도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본인의 연임 의사도 관건이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어진 일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피곤하다”며 “다음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연임에 뜻이 없음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하에 두는 ‘플랜B’ 가동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KDB생명 등의 매각 작업 마무리,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형 뉴딜펀드 사업을 주관해야 하는 등 산업은행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업무를 이어갈 적임자가 이 회장밖에 없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역사상 이번처럼 후임 인선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 없었던 적은 없다”며 “이 회장 본인이 연임에 뜻이 없다는 점을 밝히기는 했지만 매각 작업 마무리 등 이 회장이 매듭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최근에는 정부가 뉴딜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업은행의 책임이 더 막중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새로운 인물이 후임자로 오더라도 그동안의 업무를 보고 받는 데에만 두 달가량이 소요될 텐데 코로나19로 경제가 급박한 상황에서는 당국에서도 이 회장의 연임을 선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이 회장이 연임 제안을 받아들여 재임에 성공하면 1995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수장이 된다. 산업은행은 1954년 설립 이후 구용서 초대 총재와 김원기, 이형구 전 총재 등 3명만 회장을 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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