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조치로 입구에 출입자 수기·QR코드 명부 마련한 소상공인들···명부 작성 권하자 되레 화내는 손님도
소상공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출타격·배달 수수료 오른데다 명부 작성까지 스트레스받아" 삼중고 토로

7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빵집. 수기명부를 작성해달라는 중앙안전대책본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7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빵집. 수기명부를 작성해달라는 중앙안전대책본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연장되면서 수기 또는 QR코드를 통해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때문에 출입자 명부를 만들었지만, 소상공인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작성을 거부하는 고객이나 QR코드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과의 갈등이 생긴다는 이유다.

기자는 지난 6일부터 7일 서울 서대문구~마포구 일대 음식점과 카페, 빵집을 돌아다닌 결과, 대부분 큰 프랜차이즈들은 ‘중앙안전대책보부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에 따른 안내문’을 붙여놓고 수기명부 작성혹은 QR코드 등록을 권장하고 있었다. 손님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음료 테이크아웃을 주문하자 알바생이 “명부부터 써주세요”라며 재차 강조했다.

7일 서대문구의 한 카페. / 사진=차여경기자
7일 서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 사진=차여경기자

하지만 동네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수기명부가 아예 없거나. 수기명부가 있더라도 써달라고 권하지는 않았다. 소상공인들은 방역수칙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고객과 마찰을 겪은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마포구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테이크아웃인데도 수기명부를 왜 써야하냐 화내는 손님들이 가장 많다. 정부에서 시켰다고 해도 명부를 쓰지 않고 커피만 받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수기명부를 쓰기 싫어서 자기는 밖에 서있을테니 아르바이트생이 커피를 가지고 나오라는 손님도 있었다. 손님에게 (명부 작성을) 권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QR코드 입장을 권하고 있는 식당에서는 큰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지난 6일 들린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한 한식집에서는 “QR코드부터 보여주세요”라는 종업원의 말에 식당을 떠나는 고객이 꽤 있었다. 한 중년 부부는 “QR코드 몰라서 입장도 못하는데 차근차근 알려줘야지 왜 옆에 젊은 사람부터 봐주냐”면서 종업원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한식집 종업원 B씨는 기자에게 “이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식당은 접촉을 줄이기 위해 수기명부 대신 QR코드를 통해 전자명부를 작성한 뒤 입장을 시킨다. 중장년층이나 노년층들은 QR코드 자체를 몰라서 ‘내 입장을 막는다’고 생각하더라”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탓에 매출 타격이 크고, 배달 수수료도 비싸진 와중에 출입자 명부 작성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출입자 수기명부를 없앴다는 소상공인도 있었다.

서대문구에서 김밥집을 하고 있는 C씨는 “배달 주문이 배로 늘어났지만 수수료는 오히려 더 비싸졌다. 최소주문 1만2000원인데 배달비가 7500원인 상황이다. 매출은 오히려 더 떨어져서 힘들다”라며 “2월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출입문에 수기 명부를 나뒀는데 쓰는 손님도 없고 단골 손님들이 귀찮다고 해서 치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 수기명부 작성을 권하거나 QR코드 등록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네이버는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QR체크인’을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이기도 했다. 

7일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 입구에 QR코드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7일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 입구에 QR코드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한편 이날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경영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96.4%가 ‘코로나19 재확산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월 기준 사업장 피해액이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이라는 소상공인은 31.3%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출액이 ‘90% 이상’ 줄었다는 소상공인은 60%나 됐다.

코로나 19 재확산 이후 사업장 경영비용 중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임대료’가 69.9%, 운영하는 사업장 전망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음’이 50.6%로, ‘폐업상태일 것 같음’이 22.2%로 조사됐다. 현재 고위험업종인 PC방이나 코인노래방 등은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기간동안 영업이 중지된 상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한 8월 15일 이후 전국적 2단계 및 수도권 2.5 단계 격상으로 영업중지, 영업 단축 등의 조치에 소상공인 타격이 크다”면서 “소상공인 직접 지원, 정책금융 수준의 대출 확대 실시 등 정부가 직접 나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