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3조 자구안 이행 속도···‘벼랑 끝’ 두산重 해외수주·친환경사업 기대감↑
아시아나 매각 백지화 위기의 금호···공정위 박삼구 전 회장 ‘부당지원’ 고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건설계열사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던 두산그룹과 금호그룹이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두산이 자산매각을 통해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지연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의 악재에 노출된 상황이다.

두산그룹의 위기는 지난 2009년 두산건설이 경기도 일산 위부더제니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촉발됐다. 지속적인 차입금에도 두산건설 손실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룹 핵심계열사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회생을 위해 알짜 사업과 자산 등을 매각했다는 점이다. 사업여력이 감소한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 발표 후 능동적 대응에 실패하면서 극심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금호그룹 위기도 건설사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회장직을 사임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하며 자금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이들 두 회사를 포함한 금호타이어 등을 매각해야 했다. 이후 10여 년간 그룹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아야 했을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두 그룹 모두 오너가의 ‘무리한 집착’이라고 비판받았다. 두산건설의 경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과거 대표를 지냈던 상징성 있는 계열사며, 동시에 오너 일가가 애착을 갖는 계열사라 냉정하게 칼을 못 댔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금호그룹 역시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건설계열사가 있었음에도 단행한 인수결정인 탓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박 전 회장을 향한 날 선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처럼 비슷한 연유로 위기가 발발했지만, 최근 두 회사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 초부터 추진된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의 사재출연 뿐 아니라 유상증자 등이 성공적으로 성사되면서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추진만 성사될 경우 재차 반등에 이를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탈원전으로 시름했던 두산중공업의 재기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해외 수주활동이 재차 활기를 띠고, 미국을 중심으로 소형 원전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견조한 실적개선을 보일 것이란 게 시장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동시에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에 따른 수혜도 상당할 전망이다.

반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노딜(No Deal)’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고심이 깊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가 높은 매물이었다. 경쟁 끝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으로 여행수요가 급감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금전부담 증가에 따른 변심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최근 공정위는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금호고속을 부당지원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결론을 바탕으로 32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난기류에 휩싸인 상황에서, 공정위마저 칼을 겨누면서 재기를 노리는 금호그룹에도 적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한편, 금호 측은 이번 공정위의 지적이 이미 검찰에서 불기소 한 사안이라며 맞서는 분위기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명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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