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가 일본 도시바로부터 유니슨 인수한 이후 주가 급등세
보름만에 평가차익 1000억원···정부 그린뉴딜 정책 추진에 주가전망↑
사모펀드 최대출자자는 국민연금···신한캐피탈·삼천리도 출자참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사모펀드가 일본 도시바로부터 풍력터빈 제조회사 유니슨을 인수한 직후 각종 호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유니슨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유니슨을 인수한 사모펀드(PEF) ‘비티에스제1호사모투자합작회사’는 보름 만에 10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내고 있는데 사모펀드 최대 출자자가 국민연금이라 시선을 끌고 있다. 정부가 풍력 등 친환경 사업을 지원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유니슨 주가를 끌어올리면 결국 국민연금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 ‘한국기업’ 유니슨, 주가 ‘고공행진’

7일 한국거래소는 최근 유니슨 주가가 급등하자 이날 하루 동안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앞서 유니슨 주가는 종가기준 지난달 21일 2550원에서 이달 4일 5980원까지 134.5% 급등했다.

유니슨은 풍력발전용 터빈업체로 일본 도시바가 2011년에 인수해 최대주주로서 지분 13.9%(1551만23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바는 지난달 21일 장마감 후 국내 사모펀드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아네모이로부터 198억원을 받고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아네모이는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PEF)인 '비티에스제1호사모투자합작회사'가 지난달 13일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다. 아네모이는 도시바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이후 전환사채(CB)을 통해 3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전환사채 발행물량까지 합치면 아네모이의 지분율은 23.22%까지 올라간다. 유니슨 주가는 최대주주변경 소식에 24일 22.25%(580원) 급등한 3130원에 장을 마쳤다.

유니슨은 다음 거래일인 26일 오전 163억원 규모의 풍력발전 타워 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759억원)의 21.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유니슨 주가는 26일에도 27.16%(850원)가 급등하며 39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유니슨 주가는 27일에도 10.68%(425원) 급등한 4405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28일 유니슨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주가가 2거래일 동안 40% 이상 급등하면 하루동안 주식거래가 정지된다.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유니슨 주가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유니슨 주가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열고 총 190조원 규모의 ‘그린뉴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유니슨은 이날 회의에 관계자로서 참여해 그린뉴딜 사업에 대한 발언의 시간을 가졌다.

청와대의 뉴딜 전략회의 덕분에 유니슨 주식은 3일 7.85% 상승한 데 이어 4일에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5980원에 장을 마쳤다. 유니슨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호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주가가 고공행진한 것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국민연금·신한캐피탈·삼천리 ‘꿀이득’

도시바는 유니슨 인수를 위해 2011년부터 총 840억원을 투자했지만 유니슨은 2015년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2017년 한해 흑자를 내긴 했지만 2018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매출 759억원, 영업손실 138억원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유니슨은 매출 574억원,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6월 유니슨에 대해 “9월15일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한 250억원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단기유동성 위험이 높다”며 장기신용등급을 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도시바는 인수가 대비 64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며 팔았다. 도시바로서는 원전사업 부실과 분식회계로 재무적으로 곤란한 상황이었기에 적자기업인 유니슨 매각이 시급했다.

반면 유니슨은 아네모이가 인수한 이후 시가총액이 단숨에 6650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달 21일 유니슨을 인수한 아네모이는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3.22%를 확보했기에 현재 지분 평가차익이 무려 1000억원에 달한다.

아네모이를 설립한 비티에스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최대출자자가 국민연금이라는 점도 시선을 끌고 있다. 비티에스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국민연금이 70%를 출자했다. 신한캐피탈이 25%를 투자했고 이재균 삼천리자산운용 대표(0.5%)와 삼천리자산운용(4.5%)이 나머지 5%를 채웠다. 업무집행사원(GP)는 삼천리자산운용이다. 삼천리자산운용은 삼천리의 100% 자회사다.

향후 유니슨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국민연금 등이 거두게 될 투자이익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때 8개에 달했던 국내 풍력터빈업체는 이제 유니슨과 두산중공업만 남은 상태”라며 “에너지 전환과 그린뉴딜 정책으로 2030년까지 15GW의 풍력을 설치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국산 풍력터빈업체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일본업체인 도시바가 대주주인 회사에서 사실상 국민기업으로 변경된 유니슨에 정책 수혜가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양양, 봉화, 태백 등에서 수주가 확정되고 내년부터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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