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소득 파악 시스템 준비 없이 선별 지급 결정
저소득 근로자·비수급 빈곤층·일부 자영업자 등 배제 문제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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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급 대상을 선정할 정확하고 빠른 소득 파악 시스템이 없어서 소득 파악과 사각지대 해소가 관건이 됐다.

지난 6일 당정청은 1차 때와 달리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지급을 공식화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고용 취약계층에게 최대 200만원 수준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한다. 자영업자도 지급 대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에 따라 집합금지 12개 고위험시설 등 일부 업종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피해를 많이 본 계층 중심으로 추석 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의 성공과 실패는 정확하고 신속한 소득 파악과 사각지대 해소에 달렸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고용 취약계층과 소상공인들의 매출 및 소득 감소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실제로 특고와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150만원을 지급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경우 심사 과정에서 소득 파악에 애를 먹었다. 특고와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은 소득 감소를 본인들이 직접 각종 자료들을 찾아 증명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증빙서류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신청자가 몰리면서 이 서류를 확인하는 작업량도 방대해 고용부가 전 직원을 심사에 투입하기도 했다.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특고와 프리랜서의 소득 증빙 자료는 정규 상용직 노동자의 월급명세서처럼 단순하지 않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현금 거래가 많은 사업장의 경우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이처럼 실시간 소득 파악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정확하면서도 추석 전에 지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앞으로를 대비해 소득 파악 시스템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를 안 한 상태에서 현재 시스템으로 선별 지급을 하면 누가 특고 등의 소득을 증빙하고 누가 확인해야 하는지 등 혼란이 있다”고 했다.

최 위원은 “지금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적용할 수 없지만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추후에 있을 수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월 단위의 실시간 소득매출 파악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국세청의 사회적 징수 통합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마련되면 특고와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이 위기 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부장도 “소상공인 업주들은 현금 거래 부분도 있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매출 감소 증빙을 본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들이 많다”고 했다.

◇ 구멍 숭숭 ‘사각지대’···저소득 근로자·비수급 빈곤층 배제되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사각지대 해소도 관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어렵지만 정부가 정해놓은 자격 조건에 들지 못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계층들에 대한 문제다. 저소득 근로자·비수급 빈곤층·고위험 시설 외 어려운 자영업자 등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자산이 많은 자영업자가 포함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일 수 있다.

당정청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자영업자 가운데 정부 조치로 문을 닫아야 했던 집합금지 12개 고위험시설 가운데 일부 업종을 선별해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서 탈락한 고위험시설 내 일부 업종과 고위험시설에 포함되지 않는 일부 자영업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다.

류 부장은 “소상공인 회원사들 가운데 고위험시설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과 사업장이 많다”며 “또한 코로나19로 이미 폐업한 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소상공인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류 부장은 “소상공인에게 일회성으로 100만원 직접지원은 피해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임대료에 쓰일 것”이라며 “정부가 돈을 적게 쓰려다 보니 지원금액도 적고 소비 진작 효과도 적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매출은 줄었지만 건물을 가지고 있는 등 자산이 많은 자영업자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는 현재 매출을 선별 기준의 기본 지표로 삼을 계획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4일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관련해 “소득보다 훨씬 파악하기 쉽고 적시성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매출 기준을 기본 지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가운데 저소득 근로자와 비수급 빈곤층 문제도 있다. 경제적 타격을 받았지만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은 “소득이 줄은 저소득 근로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면 안된다”며 “비수급 비곤층도 문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기존 취약계층 복지 대상에게만 지원하는 방식은 정부 지원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과 가구의 경우 또 다시 배제 당하게 만든다”고 했다.

최 위원은 “정부는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과 저소득 근로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대비책도 사전에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이처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놓지 않고 선별 지급을 결정한 것이 문제다”고 했다.

또한 인력파견 업체에 소속 돼 있는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이직이 빈번해 고용유지지원금과 고용안정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모두 배제됐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인력파견 업체에서 일하는 소속 노동자들에게 제보를 받은 결과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업체 성격상 퇴사 등이 빈번해 업체가 고용 유지를 하기 어렵다. 이에 인력파견 업체 노동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과 고용안정지원금 대상에서 모두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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