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없이 방향 이미 잡아놓고 공론화”

대한항공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6월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6월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 속 힘을 합쳐도 부족한 마당에 재계와 정부의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재계단체가 연이어 정부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는데, 정부와 지방정부의 ‘답정너’식 소통방식이 원인이라고 입 모아 지적했다. 이미 방향을 잡아놓고 소통하자고 하거나, 듣기만 하고 전혀 요구사안들이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하나둘 자구책을 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항공사들의 어려움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등과는 또 다르다. 아예 돈을 벌 수 있는 길 자체가 막혔기에 더욱 막막한 상황이다.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 수준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강도 높은 비용절감 정책으로 버티는 중이다. 직원들도 언젠가 회사가 정상화되길 기대하며 버티는 중이다. 한 아이를 둔 가장인 항공사 직원은 “일단 버티고 살아남아야 된다”며 현 위기상황을 전했다. 

대한항공 역시 유급휴직 등으로 버티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위기 타개책으로 생각한 것이 서울 송현동의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도 오래 버티진 못하지만 운영비라도 충당할 수 있다”며 “코로나 속 자생을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마음대로 민간에 땅을 넘기기 힘든 상황이 됐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화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이 대한항공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정당성 확보가 된 상태에서 지구단위 변경을 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용도변경을 먼저 하고 공론화하자는 것”며 “순서가 바뀌었고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서울시가 대한항공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발표 이전엔 여러 곳에서 부지 매수의사를 표했으나, 서울시 공원지정 계획 발표 후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후 부지에 대한 보상비로 4671억원을 제시했지만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일방적 행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9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무위원회 등 각 관련 위원회에 정부의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 재계 의견 반영을 적극 건의했다, 해당 법은 다중대표소송제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을 내용으로 한다.

◆ “이야기를 듣는데 결과를 보면 반영은 전혀 안 됐어”

법안 내용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한 불만은 또 터져 나왔다. 전경련 측은 “지난 7월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 바 있으나 경제계 의견을 일절 반영하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서 원안을 확정했다”고 토로했다.

재계는 기업들이 대상자인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절차상으로만 이야기를 듣는다고 토로한다. 한 재계단체 인사는 “공정거래법 관련 정부에서 기업들을 모아 이야기를 들었고 기업들이 충분히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 법을 보면 전혀 반영이 안 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목소리를 내냐는 질문에 재계단체 인사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정말 모든 사람들이 다 찬성하는 줄 알 것”이라고 답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공공의대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 지금 정부의 정책 추진을 보면 법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법의 취지는 무시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내용의 옳고 그름, 지금까지 뭘 의논했었는지 등을 떠나 코로나 위기 속에 정책대상자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그것도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닌 법들을 지금 꼭 이렇게까지 추진해야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의문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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