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용 거부 땐 ‘원점’···1500억 가격차 좁힐 수 있을지 관심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부지. /사진=시사저널e DB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사진=시사저널e

국민권익위원회가 한진그룹과 서울시 갈등 중재에 나섰다. 한진이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대한 일방적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 강행을 막아달라며 조정을 요청했다. 권익위 조정은 구속력이 없다. 중재안이 나와도 시가 거부할 경우 상황은 다시 원점이다. 한진의 조정요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한진그룹은 지난 4월 주요 자산들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송현동 부지를 포함해 왕산마리나와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및 건물 등이 대상이다. 이를 통해 약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단연 핵심은 송현동 부지다. 당시 시장 예측가격은 6000억원을 웃돌았다.

발표직후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매입할 계획임을 시사하며 공원화 계획을 발표했다. 한진 입장에서 매수자와 향후 활용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매각이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가격과 지불방식이다. 서울시는 시장예측가보다 1500억원가량 낮은 4671억원을 제시하며, 2022년까지 분할납부하겠다는 의사를 한진에 전달했다.

한진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시장가보다 낮은 금액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급전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대금을 나누어 내겠다는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었다는 점이다.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 응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인수후보군들도 공원화계획 발표 이후 모두 발을 뺐다. 결국 예비입찰에 응찰한 곳은 전무했다. 한진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기업자산매입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권익위 중재 이후로 유예했다. 한진의 전략에 대해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그룹 안팎의 전언을 종합하면, 한진은 두 가지 방안을 유력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재를 통해 매각금액·지불방식 견해차를 좁혀 서울시에 매각하거나, 다른 자산들의 매각을 서둘러 자금을 융통하고 내년 지방선거 이후를 노려보는 방식이다. 지방선거에서 현 서울시와 이견이 있는 후보가 당선될 경우 공원화계획이 백지화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 매각협상이 가능한 주체가 서울시뿐이라, 시측의 제안을 개선해보자는 데 이번 권익위 중재에 의의가 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도, 당선된 후보가 송현동 부지 활용에 기존 서울시와 이견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데 내부적 합의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권익위는 지난 20일 중재를 위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양측 관계자가 참석했으나 그간의 주장을 반복했을 뿐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권익위는 양측 이견을 좁히기 위해 추가적인 회의를 열 방침이다. 중재안은 이르면 다음달 나올 전망이다.

송현동 부지는 3만6642㎡(약 1만1000여평) 규모다. 경복궁 인근 안국동사거리 북쪽에 접해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지리적 이점이 크고, 개발이 전무해 잠재가능성이 높은 땅으로 평가돼왔다. 과거 한옥호텔 등 복합문화단지 조성이 추진됐으나, 인근에 학교가 밀집해 장기간 개발이 답보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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