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초창기 임대사업자 등록하면 세금감면해 주는 다주택자 위한 정책 만들어 뭇매
‘다주택자냐 실수요자냐’만을 기준으로 정책 펼치기보다 1주택자도 집값 등에 따라 나눠서 차별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민간 조사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114는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 /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민간 조사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114는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 /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부동산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실수요자가 집을 사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실수요자는 집을 사서 수익사업을 하기 위한 사람이 아닌, 말 그대로 본인이 살려고(live)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기본적으로 실수요자들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이 정상이고, 또 실제로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도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실수요자들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과거로 돌아가 임대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줬던 부분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지난 2017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부동산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일명 임대사업자 등록제도인데요. 김수현 전 실장이 썼던 책에도 나온 개념이라고 합니다.

이 정책은 한마디로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세금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갭투자로 집을 사서 너도나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다주택자가 많아졌습니다. 이 정도만 들어도 ‘열심히 모아 집 한 채 사서 갖고 싶다’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집이 수 백 채 씩 되는 사람들도 이때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을 하기 좋게 만들어주는 정책입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이 때 부터 꼬였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이후 정부가 정책을 다시 손질하려 하고 있으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다 보니 쉽진 않아 보입니다. 어쨌든 이때부터 이미 ‘열심히 모아 집을 한 채 마련하겠다’는 국민들은 허탈감을 느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들 집을 임대해서 살고 싶다’는 국민에겐 도움이 됐을 진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어선 정부가 1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들을 펼쳐냈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불만이나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들어보니 하나로 정리됩니다. 규제가 단순히 ‘1주택 실수요자냐 아니냐’만 따지기보다 ‘어떤 1주택자냐’를 따져 실수요자 대상 정책이 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정책 목표가 투기를 막고 실수요자들을 위하는 것이라면 정책의 차이가 다주택자와 1주택 사이에서만 크게 나타나야 되는데, 1주택자라도 어떤 개념에서 벗어나면 혜택에서 멀어지게 됐다는 것이죠.

◆ 실수요자 고가의 집 구입 시 대출 더 어려워져

대출규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부동산 대출규제는 국민들 불만이 가장 큰 부분으로 꼽힙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부동산 대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때 무주택자와 주택소유자 모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 ‘실수요자의 대출제한 완화’를 꼽았습니다.

집 하나를 사서 살고 싶은 실수요자에게 대출은 필수입니다. 월급이 얼마든 집을 살 정도는 다들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출을 해서 집을 사고, 그것을 갚겠다는 목표들을 세우고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출을 막으면 집을 살 수가 없습니다. 간단한 논리입니다.

현 정부 들어 LTV라고 부르는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 기준을 일부 강화했습니다.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시가 9억원 이상 집을 살 때 LTV는 20%, 15억원 이상 집을 살 때는 0%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15억원 이상 집을 사려면 집 담보로 대출을 못 받고 9억원 이상 집은 20%만 적용해 대출해 주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수요자에게도 해당되는 규제입니다. 서울에서 대출해서 집 사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재산이 애초에 많아 대출 없이 집을 사도 되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재산은 없지만 대출해서 갚으려는 실수요자들은 타격을 받는 것이죠.

1주택자를 위한 대출정책도 있습니다. 6억원 이하 집을 사는 경우엔 LTV를 집값 절반까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단, 부부합산 연봉 8000만원이 넘어가면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즉, 이렇게 대출관련 정책만 봐도 실수요자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떤 기준을 만들어 실수요자도 차등을 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들은 투기세력이 아닌데 어떤 실수요자들은 더 힘들어진 것이죠. 불만은 이런 부분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나누기 기준은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서도 나타납니다. 세금과 관련해 다주택자와 실수요자를 나눠서 정책을 하기 보단, ‘어떤 1주택자인지’ 여부에 따라 차등을 뒀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를 인하해주겠다고 했는데요. 중저가 1주택자들만 해당될 예정입니다. 여기 해당되지 않는 1주택자는 인하혜택을 받을 수 없고 공시가격 9억원 이상 1주택자는 오히려 종부세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1주택자라도 누군가가 보기에 좀 비싼 집에 산다 싶으면 세금을 더 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면 실거래 10억원대이니 서울지역 아파트가 주로 포함될 듯 합니다. 서울시 평균 집값이 10억원대를 돌파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으니까요. 여하튼 투기냐 실수요냐의 개념만으론 설명이 안되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초기엔 다주택자를 양산하는 식으로 흘렀고, 최근엔 다주택자와 1주택 실수요자를 나눠 정책을 펴기보다 1주택자를 또 이런저런 기준에 의해 차등해서 일부만 혜택을 받게 해 관련한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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