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공소장 공개 후 예단 섞인 기사 많아···실체적 진실 확인이 먼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소장이 공개됐다. 23쪽 분량이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이사를 협박해 유시민 등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게 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공소사실을 꽤 완성도 있게 구성했다.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도 30회 이상 등장한다.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327회 연락했다는 사실도 적혀있다. 지난 1월 26일부터 3월 22일까지 약 2개월 동안의 전화통화 15차례, 보이스톡 3차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이 모두 포함 된 것이다. 이 기간은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이사에게 서신을 보내거나, 이 전 대표이사의 대리인 지아무개씨와 연락 또는 만남을 가졌던 시기다.

해석은 분분하다. 그러나 많은 언론은 ‘명확한 공모의 증거가 없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검언유착 의혹’은 헛소리라는 식이다. 취재 과정에서 검사장과의 연락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이 전 기자 측 입장도 실었다.

이 같은 해석처럼 두 사람이 연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모를 단정할 수는 없다. 반면 아무런 공모가 없었다고 결론 내는 것 역시 섣부르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사에 비협조적인 두 사람의 모습을 볼 때 그 관계를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앞서 한 검사장은 이 전 기자와 연락한 사실이 없고, 녹취록도 없다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 전 기자 역시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을 포맷했다.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별개로 검찰은 두 사람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배경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을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사건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배경 또한 짚어야할 대목이다.

혹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밀어붙인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추 장관의 내심(內心)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도리어 추 장관의 지시는 형식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 보장을 위한 독립적 수사”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등 그의 발언과 지휘 내용은 명분이 있다.

‘추 장관이 프레임을 짜고 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친정부 인사로 한 검사장을 무조건 기소할 것이다’ ‘이 전 기자 공소장에 공모 사실을 담지 못해서 검언유착은 없다’ ‘권언유착이다’ 라는 주장이 오히려 예단이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석은 실체적 진실을 확인한 뒤에도 늦지 않다. 사실과 의견은 구분돼야 한다. 아직 수사는 종결되지 않았다. ‘검언유착’이든 ‘권언유착’이든 의혹의 갈래가 있다면 수사해 기소하고, 없다면 수사를 종결지으면 된다. 언론이 ‘검찰은, 한동훈은 결백하다’는 예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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