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번째 브랜드, 전기차 전용 ‘아이오닉’···기존 모델명을 브랜드로 탈바꿈
유럽 환경규제 전기차 경쟁 속도감···주요 완성차 업체들 속속 전기차 브랜드화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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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의 네 번째 완성차 브랜드를 선보인다.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가 적용된 순수전기차 라인업의 브랜드명칭을 ‘아이오닉(IONIQ)’으로 확정했다. 전기차 ‘모델’을 넘어서 ‘전용 브랜드’를 내세우는 전략은 최근 글로벌 업계의 공통된 행보다.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현대차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되는 전용플랫폼 적용 순수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론칭을 알렸다. 현대·기아·제네시스 등에 이어 그룹의 네 번째 브랜드로 자리매김 한다. 업체 측은 이번 론칭과 더불어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라 소개했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진행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내년이 전기차 도약의 원년”이라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20분 이내의 충전시간과, 완충 시 450km의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어필하겠다는 게 당시 정 수석부회장의 요지였다. 오는 2025년까지 점유율 10%를 기록해 이 분야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심산이다.

5월부터 최근까지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을 차례로 만났다. 이 부회장의 경우 최근 재조우하며 더욱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모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다. 최근 이 같은 정 부회장의 행보는 결국 아이오닉 브랜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마중물로 해석된다.

현대차에 앞서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속속 별도의 전기차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론칭 할 계획임을 시사한 바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업체들이 현대차와 유사한 작명법을 택했다는 점이다. 기존 소형차 브랜드를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콘셉트를 달리하거나, 기존 모델명을 브랜드 이름으로 변환했다는 점이다.

독일 3사 중 가장 먼저 전기차를 선보인 BMW는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 ‘e-드라이브’ 시스템이 적용되는 모델들 앞에 ‘i’라는 명칭을 부착하고 있다. 순수전기차 ‘i3’를 시판한 BMW는 기존 SUV X3 모델의 전기차 버전인 ‘iX3’와 내년 출시 예정인 세단형 전기차 ‘i4’ 등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벤츠는 ‘EQ’라는 라인업을 지녔다. 최초모델 ‘EQC’를 출시한 데 이어 기존 V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EQV’ 등을 지속적으로 시판한다. 독일 3사들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국내시장에서 테슬라에 버금가는 호평을 얻어내는 아우디의 경우 ‘e트론’ 브랜드를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에서도 기존과 같은 점유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볼보의 경우 ‘폴스타’ 닛산은 ‘인피니티’ 등 각 업체들의 익숙한 이름을 딴 전용 브랜드들도 눈에 띈다. 폴스타와 인피니티는 각각 두 회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BMW그룹도 I시리즈와 별개로 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를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이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복수의 업체들이 기존 브랜드 내에서의 전기차 출시뿐 아니라 별도의 전용브랜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6. /사진=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이 같은 움직임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기존 완성차업계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00년 이상 완성차의 패러다임으로 자리해 온 내연차를 대체할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테스라와 같은 전기차 전문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는 데 따른 견제효과도 누린다는 전략인 셈이다. 현재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며, 미국·중국 등에서는 ‘제2의 테슬라’를 노리는 신규 스타트업들이 속속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내연차 시장의 경우 상위에 랭크된 주요 업체들이 고착화되는 양상이었다면,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테슬라의 약진과 같이 새로운 춘추전국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량 부문 글로벌 3위에 도전하는 현대차그룹 역시 기존과 새로운 브랜드의 필요성이 요구됨에 따라 아이오닉을 런칭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유럽 내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내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한 단계 도약하고자 하는 기존 완성차 업계들의 전기차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라면서 “현대차그룹 역시 아이오닉을 필두로 적극적인 유럽공략에 나설 전망이며, 이곳에서의 성과가 북미·중국 등 또 다른 대형 전기차 시장에서의 약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4년까지 아이오닉 브랜드를 통해 △준중형 CUV △중형세단 △대형SUV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속속 전용 라인업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첫 차인 내년 하반기 선보이는 준중형 CUV ‘아이오닉5’다. 포니 쿠페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45’를 모티브로 한 모델이다.

45는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후 높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는 2022년 선보일 아이오닉의 중형세단은 ‘아이오닉6’, 2024년 출시될 대형 SUV는 ‘아이오닉7’ 등으로 각각 명명됐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오닉 브랜드명에 차급 등급을 나타내는 숫자가 조합된 새로운 차명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직관적이고 확장성도 용이하며 글로벌 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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