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법인세 인하·지원금 확대 등 강력한 유인책 펼쳐
한국, 기존 혜택 대상 확대하는 수준에 그쳐
최근 3년간 해외로 나가는 기업 12% 증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주요 선진국들이 리쇼어링에 공을 들이면서 하반기에는 리쇼어링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리쇼어링 유인책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 3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이 더욱 늘어 리쇼어링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자국으로 기업을 불러들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법인세율을 꾸준히 인하하는가 하면 지원금을 대폭 늘리는 등 파격적인 제안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전 세계적으로 리쇼어링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진출해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한다. 저렴한 인건비나 새로운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과는 반대 개념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하반기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는 ‘리쇼어링 전쟁’이다. 세계 각국에서 기업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정책과 정책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리쇼어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며 “아마도 이번 달 중에는 리쇼어링 지원 정책이 구체화돼서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3년 12월 시행된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과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유턴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복귀한 기업은 74개에 불과하다. 오히려 해외로 나가는 기업이 더 늘었다.

구자근 미래통합당 의원이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해외 직접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 수는 12%나 증가했다. 대기업은 2017년 552개에서 2019년 691개로 늘었고, 중소기업도 2017년 1834개에서 2019년 2056개로 증가했다.

반면 리쇼어링 기업 수는 절대적으로 적어서 이들 기업에 지원되는 금액도 매년 감소했다. 2017년 37억원, 2018년에는 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법인세 감면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지원금의 감소세는 뚜렷했다.

10년 전부터 리쇼어링을 추진해온 미국의 경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AT Kearney가 제조업 총산출 대비 아시아 역외수입 비중으로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리쇼어링 지수는 2011년부터 계속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지난해 최대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리쇼어링 지수는 -32였지만 지난해는 98로 크게 확대됐다. 전 세계 역외수입을 중심으로 미국 생산자협회(CPA)가 측정한 미국의 리쇼어링 지수도 2018년 -18에서 지난해 59로 상승했다.

EU집행위 산하기관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EU에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53개 기업이 유턴했다.

리쇼어링이 늘고 있는 국가들은 그만큼 지원책도 받쳐주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부터 법인세율을 낮추고 본국으로 회귀하는 기업의 이전 비용을 보조했다. 오바마 정권 당시에 법인세율을 38%에서 28%로 낮췄고 유턴기업의 공장 이전 비용 중 20%를 지원했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율을 21%대로 더 낮췄다. 미국은 현재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 전략산업에 대한 전면·전격적인 원샷 지원과 장기적인 자국 생산비용 절감을 지원하기 위한 법인세 및 수입 원자재 관세 인하 등의 지원책을 펴고 있다. 향후 추가 금융 인세티브도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은 중국에서 본국으로 돌아온 기업 57곳에 대해 약 65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중국 공장을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30개 기업에도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한국은 국내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유턴기업의 입지, 시설투자와 이전비용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신설해 사업장당 비수도권 200억원, 수도권(첨단산업 한정) 150억원을 책정했다. 기존 국내사업장 신설만 지원되던 세제 지원이 국내사업장 증설에도 적용된다. 국내복귀 후 5년간(수도권 내 복귀 시 3년간) 100%와 추가 2년간 50%의 소득세‧법인세 감면이 이뤄진다.

한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기존 혜택 적용의 대상을 확대하는 수준이다. 파격적인 법인세 감면과 보조금 정책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리쇼어링과 관련된 법안이 연이어 나오면서 우리나라 리쇼어링 정책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개원 후 리쇼어링 관련 법안은 12개에 달한다. 이들 법안은 리쇼어링 유인책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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