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존도 높은 한국에 대체로 부정적 영향
반도체 상대적으로 영향 미미, 철강은 직격탄 맞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악화된 가운데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허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불황으로 전 세계가 폐쇄적인 교역을 할수록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장을 품고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자 글로벌 국가들은 모든 것이 중단되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었다. 이로인해 자국 생산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호무역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보호무역은 수입관세 부과, 제한적인 할당 조치 등 다양한 규제를 통해서 자국 산업을 외국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최소한의 규제로 교역하는 자유무역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문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국의 경우 이런 보호무역주의가 달갑지 않다. 각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할수록 우리의 수출 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 관세 등이 늘어날수록 수출 기업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올해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 1~6월 한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같은 수입규제 조사 개시는 모두 2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9건보다 4건이 늘어난 수치다. 현재 한국에 대해 진행 중인 수입규제는 총 219건으로, 반덤핑 164건, 긴급수입제한조치 46건, 상계관세 9건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보호무역주의가 팽배되는 현상 자체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보호무역 조치들이 많이 단행됐는데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 교역 상대국들도 보호무역 조치를 하면서 폐쇄 경제화된다. 그러다 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해나가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관점에서 볼 때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상품, 즉 유사한 품목들의 경우 기회가 된다”며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은 중국제품이 아닌 우리나라 제품으로 판로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해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패권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법’의 예외조항을 축소해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고 의료장비 등은 미국산 구매를 의무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 품목의 경우 미국의 자국주의가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중 무역 마찰 이후 우리의 대미 반도체 수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고 올해 3분기 반도체 수출도 점점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이 아무리 반도체 산업을 자국에서 소화하려고 해도 인텔 등 중국에 나가있는 공장을 리쇼어링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별로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그것을 물리적으로 다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다른 품목은 몰라도 반도체는 보호무역주의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철강 산업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산 철강 및 금속제품 관련 수입규제는 104건에 달했다. 국내 전체 산업 수입규제 219건 가운데 47.4%를 차지했다. 규제가 확대되면서 한국 철강기업들의 수출량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누계 철강 수출량은 1471만200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만3716톤이 감소했다. 특히 유럽향 수출, 북미지역향 수출량이 급감했다.

개발도상국에서의 보호무역주의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무역기술장벽(TBT)을 높이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TBT를 도입하는 개도국이 늘고 있다. 지난해 최빈국을 포함한 개도국이 통보한 TBT는 총 1751건이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