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회 차원 논의 촉구···특별법·국민투표 등 검토
대선 전 법률 마련 목표···TF 중심 실무 작업 착수
통합, 논의 확대 저지·협상 거부 방침···“충분한 논의” 주장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세종국회의사당 예정 부지로 알려진 세종시 어진동 인근중장비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세종국회의사당 예정 부지로 알려진 세종시 어진동 인근중장비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완성’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히면서다.

지난 행정수도 이전 관련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은 관습헌법에 따른 것으로 여야의 합의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법적 효력이 상실되고,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또한 권력구조 개편, 헌법 전문 개정 등 민감한 문제가 포함된 개헌안에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포함시킬 경우 무산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 제·개정 등 방법을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정부·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면 전환용’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미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을 재차 들고 나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의도’와는 별개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민주당의 ‘정치적 전략’에는 휘둘리지 않되,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 지역균형 발전 등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민주, 특별법 제정·개헌·국민투표 등 방법론 제시···대선 공약 제시 검토도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법률 재·개정 ▲개헌 ▲국민투표 등을 ‘행정수도 완성’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중 민주당은 특별법 제정, 국민투표 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헌의 경우 여러 이슈들이 함께 논의돼 합의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부개헌안 처리도 불발되기도 했던 만큼 보다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김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가 합의를 통해 국민적 동의를 도출하면 관습헌법을 앞세운 위헌판결이 문제가 될 수 없다”며 “국회가 결단만 한다면 행정수도를 완성할 방법은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을 선택해서 진행하면 된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원식 민주당 행정수도 완성 태스크포스(TF) 단장도 “여야 합의 시 개헌도 할 수 있고, 특별법을 만들면 국민적 동의가 생기는 것”고 밝히면서, 행정수도 이전 관련 법률 제정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와 같은 방침 속에 TF를 중심으로 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TF가 행정수도 이전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향후 이를 바탕으로 여야 간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 관련 구체적인 법안이 만들고, 야당 지도부도 지금과 같은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 등과 같은 원론적인 비판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단기대책이라는 공세도 국민적 공감대를 받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여야 합의가 불발될 시 민주당은 이를 오는 2022년 예정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거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 제정의 경우 개헌과 달리 과반 의석 이상을 확보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이 경우 ‘역풍’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 “부동산 정책 실패 모면 위해 꺼내든 카드”···일각선 논의 필요성 주장도

반면 통합당은 여전히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위헌 판결을 받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덮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 관련 ‘함구령’을 권고하는 동시에 후분양제, 청장년층 및 무주택 서민 공적 모기지 등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을 광화문에 두겠다고 한 공약도 지키지 못하고 있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문도 치밀하게 준비된 것 같지 않다”며 “국토균형 발전이나 세종시의 자족기능 완성 등은 고민해야 하지만 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문제와 집값 문제가 생기니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엉뚱하게 행정수도를 꺼낸 것”이라고 밝혔다.

논의를 확대하지 않고,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차원의 수도 이전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한 업무보고, 상임위원회 등을 위한 국회 분원은 고려할 수 있지만, 국회 자체의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책임을 피하기 위한 임시변통적인 카드이자 향후 대선의 전략적 차원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통합당의 대체적 인식이다.

다만 통합당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의도는 의심되지만,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내려면, 굳이 지금의 세종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분산의 효과를 더 넓은 인근 지역까지 확대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기왕에 논의하려면 이번엔 제대로 하자. 행정수도 완성 논의를 충청도 지역 모두를 살리는 방향으로 확대하자”고 말했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을 모두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청와대는 충난 논산, 천안, 충북 청주, 국회는 충북 보은, 옥천, 영동, 대법원은 충남 예산, 부여, 헌법재판소는 충남 홍성, 공주 등 구체적인 이전 지역까지 언급했다. 아울러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세종시 광역특별구역안에 대한 국민투표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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