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선물 가격 연초 대비 소폭 오르는데 그쳐
금과의 가격차 100배 가까이 벌어져
“산업재 성격도 있어 경기 회복기에도 부각”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다가서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은 가격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은은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금의 상승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까닭이다. 은은 산업재 성격도 갖고 있어 경기 침체 막바지에도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금 대안으로 은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9월물 은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t oz)당 18.7달러에 마감됐다. 은 선물 가격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급락했던 지난 3월 18일(11.77달러)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올해 1월 2일 18.05달러 대비로는 여전히 상승폭이 크지 않다. 연고점인 18.96달러(2월 24일)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대로 금 가격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1809.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금 선물의 사상 최고가인 2011년 트로이온스당 1920.70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또 이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올해 1월 2일 1528.1달러와 비교하면 18.4% 상승했다. 

금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두 자산 간의 가격차도 확대됐다. 지난 7일 기준 금 가격은 은 가격의 96.7배 수준이다. 지난 5월 120배까지 벌어진 것에서는 좁혀졌지만 여전히 올해 초 84.6배 대비로는 스프레드가 벌어진 상태다. 두 자산의 가격차는 최근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60~70배 사이에서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은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산업에서도 두루 쓰이는 산업재 성격도 지니고 있다. 전도체로서 의료기기와 가전제품, 태양광전지 등 다양한 용도로 은이 두루 사용된다. 반면 금은 산업재의 수요보다는 금융자산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높다. 글로벌 경기가 코로나19로 침체 국면을 맞았고 이에 대응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면서 금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금과 은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통화정책, 위험자산 변동성 등에 따라 금·은 가격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며 “앞으로 12개월 금과 은 가격은 온스당 각각 2000달러, 21달러까지 바라볼 수 있다”라고 봤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1일 금 가격이 18개월 이내에 온스당 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은을 보다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 대비 은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까닭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최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때까지 금과 은 보유량을 계속 늘리겠다”면서 “둘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을 택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은이 경기 회복 초입에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은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는 금의 가치가 높아졌다가 경기가 반등하는 상황에서는 금보다는 은이 강세를 띄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은이 산업재로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기 반등을 예상한다면 금보다는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위험자산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거나 은과 관련된 산업이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은 투자의 리스크 요인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현재는 통화완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향후 반대 전략을 펼칠 경우에도 은 투자의 위험은 대체적으로 증가한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다가가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은 가격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다가가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은 가격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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