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문체위 긴급현안질의 실시···감독·선수 등 가해자 폭행·폭언 여부 집중 질의
김규봉 감독 “선수 관리·감독 등 소홀했던 부분 인정”···“폭행·폭언 등은 없었다”
문체부·대한체육회 등 조사·예방 강조 목소리도···박양우 장관, 철저한 조사 약속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선수들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선수들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고(故) 최숙현 선수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 가해자들을 강력 비판하며 향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 관련 기관·협회 등의 철저한 조사·징계를 주문했다. 다만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을 포함한 선수 2명 등은 일제히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6일 국회에서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 관련 긴급 현안 질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 감독을 향해 폭행, 폭언 등 여부를 재차 질의했다. 이에 김 감독은 “그런 적은 없다”며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 대한 관리, 감독 등에 소홀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지속적인 폭행, 폭언 등의 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른바 ‘팀 닥터’로 불렸던 안주현씨가 최씨를 폭행한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본인은) 폭행한 적이 없고, 선수(최씨)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 닥터를 말렸다”며 “뒤에서 잡고 있어 앞쪽 상황은 잘 보지 못했고, 말리는 과정에서 더운 날씨에 반팔, 반바지 등을 입어 마찰로 인한 (안씨의) 찰과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에 대한 폭행, 폭언 등을 한 것으로 지목된 A선수도 “폭행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들은 이미 해당 사건과 관련된 녹취록과 선수들의 증언 등 모두를 부정했다.

여야 의원들은 ▲콜라 한 잔을 먹어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억지로 먹게 한 행위 ▲견과류·복숭아를 먹었다고 때린 행위 ▲야구방망이·행거봉으로 때린 행위 ▲손가락을 발로 차 부러뜨린 행위 ▲고막이 터지도록 때린 행위 등 녹취록·증언에 담긴 내용을 집중 질의했지만, 김 감독은 “그런 적이 없다”, “아니다” 등의 답변을 이어갔다.

현안 질의에 앞서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최씨와 경주시청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현역선수 2명은 김 감독과 선수 등의 폭행, 폭언 관련 추가 증언을 했다.

이들은 “가혹행위는 감독과 팀 닥터만 한 게 아니다. 주장 선수는 선수들을 항상 이간질하고, 폭행과 폭언했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됐다. 제삼자에게 말하는 것도 감시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다른 선수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막았다.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했다”며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 맞고 나서, 휴대전화를 보며 울 때도 ‘쇼하는 것, 뒤에서 헛짓거리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밖에도 이들은 주장 선수의 ▲훈련 실수 당시 옥상에서의 협박 ▲감기, 몸살 등으로 인한 훈련 불참 당시 다른 선배를 통한 각목 폭행 ▲취침 시 휴대전화 감시 등 행위도 폭로했다.

특히 안씨의 성추행, 폭행 문제도 추가 증언했다. “팀 닥터라고 부른 치료사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속이고,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팀닥터는 ‘최숙현을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의 조사, 예방 등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최씨가 경주시청 소속 당시 폭행, 폭언 등 내용을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신고(4월 8일)했음에도 해당 문제가 신속히 해결하지 못해 최씨를 죽음으로 몰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안씨에 대한 정보도 문화체육관광부과 대한체육회 등이 입수하지 못한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과 선수들,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는 물론 기존 시스템의 작동 문제를 확인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는 수사 고발까진 할 수 있지만, 강제권 없는 조사만 할 수 있다”며 “스포츠인권의 독립기구로서 제대로 일을 하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스포츠윤리센터에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참담한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지도자들을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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