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의 코로나19 재유행 우려에 증시 급락···국내외에서 경기침체 전망 증가
역대급 유동성 완화 정책과 미국 대선은 변수···2차 저점 낙폭 놓고 시선 엇갈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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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질주하던 국내 증시가 한 달 만에 이틀 연속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올해 가을부터 재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번 증시 하락을 놓고 단순한 숨고르기 차원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올해 가을부터 재유행하면서 경제가 반등 이후 다시 급락하는 ‘더블딥’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 등 각국 정부의 돈 풀기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과 올해 가을 펼쳐질 미국 대선 등으로 증시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시 하락, 조정장 신호탄될까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4%(44.48포인트) 하락한 2104.32에 장을 마쳤다. 전날 0.86% 하락한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코스피가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은 5월11~12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는 1900대 초반에서 2200 바로 아래수준까지 달려왔었다.

이날 국내 증시 하락은 미국 증시 급락 충격이 전해지면서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 다우존스30 지수는 전날보다 6.90%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89%, 나스닥지수도 5.27%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전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처음으로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6.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가을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회복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경기회복은 코로나19 방역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놓고 “연준이 빠른 경제회복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준의 부정적인 경제전망을 계기로 경제와 증시가 급락한 이후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더블딥 현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더블딥은 두 번을 뜻하는 'double'과 급강하를 뜻하는 'dip'의 합성어로 ‘W’자 형태의 경제성장이라고도 한다. 1979년 오일쇼크나 2008년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침체 시기에는 더블딥 현상이 일어났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18개국 경제단체와 3개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2%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져드는 W자형 경제흐름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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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저점, 유동성과 미국 대선이 변수

더블딥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는 실업률이 꼽히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량의 실업사태가 발생하면서 공급 면에서 충격이 가해져 장기실업과 기업도산, 생산능력 저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코로나19로 취업자 수는 감소하고 고용률은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3만명으로 3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3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초다. 실업률은 0.5%p 오른 4.5%로 같은 달 기준 1999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가 올해 가을 재유행한다면 경제상황은 한층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9월 이후 코로나가 2차로 대규모 확산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8%에서 –1.9%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증시에 선반영되면서 3월 저점 이후 급반등세를 보인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올해 가을 재유행한다면 선반영된 기대치가 사라지면서 증시 역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2차 저점의 낙폭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있기에 과거 금융위기 당시처럼 더블딥의 2차 저점이 깊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이 너무 많이 풀리고 있다”며 “증시가 조정흐름을 보이더라도 유동성 때문에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역대급 돈풀기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달러약세가 진행되면 국내 증시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연준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트위터로 “연준은 매우 자주 틀린다”며 “우리는 아주 좋은 3/4분기와 훌륭한 4/4분기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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