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원초적으로 시대를 비추는 방법. 세계를 반영하고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매체로서 회화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A12
Tegyu and Terrin in the Garden, 2020
Acrylic on canvas 215.9×160×5.1cm Photo ©Marten Eld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클레어 타부레 <형제자매들>

프랑스 출신 화가 클레어 타부레는 외국 컬렉터 사이에서 뜨거운, 소위 말하는 동시대 아트 신에서 ‘잘나가는 회화 작가’다. 현재는 미국 LA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로 인물화를 그리며그 내면이 얽힌 인간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 <형제자매들(Siblings)>을 2019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과는 정반대인 사람들의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 작품 세계를 유영하던 중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도시는 적막하고 메말라갔으며 사람들 간에 소통의 부재가 생겨났다. 그로 인해 그녀의 작품 세계가 바뀌었다. 인물에 대한 관심의 방향을 ‘안’에서 ‘밖’으로 전환했다. 가족이라는 인간관계 속에서 연결과 분리를 다룬다.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들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고립된 슬픈 상황에서 느끼는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녀는 강렬한 색감, 물결치는 물감의 질감 등으로 무감각한 표정을 지은 가족과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 긴장된 인물들에게 말을 걸 듯 한 걸음 다가가 손을 내밀고자 하는 마음.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Iris Murdoch)은 예술의 본질은 사랑에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홀로 지낼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번 사태로 작품의 방향을 바꾼 타부레는 인간 개개인의 내면보다 서로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세상으로 나아가는지 확인한다. 5월 7일부터 7월 10일까지. 페로탕 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5 문의 02-737-7978

 

Yun Hyong-Keun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 1999, Oil on linen, 227.5×181.6cm Photo ⓒYun Seongryeol Courtesy of PKM Gallery

 

윤형근 <1989-1999>

선과 면, 청색과 다색의 안료. 때론 그리지 않은 여백이 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간결한 아름다움을 고아하게 담아낸 윤형근 화백의 작품을 다시 만날 기회다.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의 순회 회고전을 마치고 국내에서 열리는 작품전으로, 수묵화 같은 초기 작업에서 미니멀리즘을 수용해 구조적이고 대담한 형태로 변화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말 사이에 그린 작품 20여 점을 전시한다.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와 협업한 음악 동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4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PKM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40 문의 02-734-9467

 

 

콰야(Qwaya) 푸른 장미 사이에

 

콰야 <오디너리 피플>

콰야의 그림은 거침이 없다. 형형색색의 오일 파스텔로 죽죽 빗겨 그어낸 얼굴들엔 어떤 고뇌도 정념도 없이 생생한 지금만이 있다. <잔나비> 앨범 커버 아트 등 상업 영역에서 주로 활약한 1991년생 작가 콰야가 개인전 <오디너리 피플>을 연다. 밤을 지나는 시간, ‘과야(過夜)’와 ‘조용한 탐색(Quiet, Quest)’의 머리글자 Q에서 얻은 ‘콰야’라는 이름처럼, 그가 일상에서 포착한 얼굴들엔 간밤에 꾼 꿈처럼 내밀한 힘이 가득하다. 6월 13일부터 7월 17일까지. 이길이구 갤러리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58길 35 문의 02-6203-2015

 

 

 

아레나 2020년 06월호

https://www.smlounge.co.kr/arena

EDITOR  이예지, 김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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