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과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리빙센스“가 유기동물을 입양한 여섯 명의 셀럽을 만나 물었다.
공통의 대답은 이렇다. 가족이 되기 위해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기대하지 못한 충만한 행복이 되돌아온다고.

헤어·메이크업 하윤조·민지(쌤시크)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는 너!  에프엑스 루나

동물을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쉽지만 그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9년 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반려견을 처음 입양한 이후 강아지 세 마리, 고양이 한마리와 가족이 된 루나를 만났다.

 

 

with 아띠&릴리

유기동물을 키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부모님 덕분이에요. 어릴 때 부모님이 황구와 백구 유기견 두 마리를 데려오신 이후 그때부터 집에 항상 동물들이 함께했어요. 그 아이들이 낳은 새끼들까지 30마리 정도를 키운 것 같아요! 지금은 독립해서 친언니와 살면서 강아지 네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는데 모두 유기동물이었어요.

사연과 상처가 있는 동물들을 키우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아무래도 처음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오늘 함께 촬영한 릴리는 한 번 입양됐다가 파양된 경험이 있는데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많이 무서워했어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너무 짖어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사랑을 많이 주었더니 이제는 애교도 부릴 줄 알아요.

유기동물을 입양한 후 어떤 것들이 달라졌어요?

제가 ‘엄마’로서 처음으로 입양한 강아지는 9년 전 ‘핫섬머’를 활동 하던 시절부터 키운 ‘밥이’예요. 그때 책임감을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너무 작고 연약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약한 아이었는데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키우게 되더라고요. 제 자신을 좀 희생하더라도 저만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존재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나보다 주변을 더 살필 수 있게 되더라고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어요.

동물을 키우다 보니 다른 동물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요. 내 강아지가 소중한 만큼 다른 동물들의 아픔이 느껴지니까요. 봉사활동은 철장 안에 갇혀서 평생 생활하는 강아지들이 너무 불쌍해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에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꼭 가려고 해요. 친구들과 조용히 다녀오는 편인데 주로 기본적인 일들을 도와요. 배변 치우기, 산책 시키기, 씻기기 같은 것들 이죠. 제가 입양한 강아지들도 봉사활동 하다가 운명처럼 만난 아이들이에요.

루나 씨 덕분에 유기동물 입양에 관심 갖는 팬들도 있을 것 같아요.

SNS에서 제가 키우는 동물들을 함께 사랑해주고 지켜봐 주는 팬들이 많아요.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는 댓글도 많이 달고요. 그런 관심은 정말 감사해요. 그런 관심들이 유기동물이 더 행복하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입양은 자식을 기르는 것처럼 키울수 있을 때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한 번 버려진 것도 큰 상처인데 두 번 버려지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거예요. 그 대신 봉사활동을 하거나 구호단체에 후원금을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되니 많은 분이 유기동물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의도치 않은 동거로 이룬 대가족 김완선

유기묘 구조 활동을 하던 동생으로 인해 유기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는 가수 김완선은 다섯 고양이의 집사로 살고 있다. 따뜻한 봄볕이 가득 들어오는집 안 곳곳에는 그의 고양이들이 세상 편안한 모습으로 휴식을 취한다.

 

with 라클이 야들이 흰둥이 똘이 꼬맹이

 

집이 정말 예뻐요. 그런데 문이 없는 게 특이하네요?

혼자 있으니 문을 열어놓고 생활하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문을 닫아두면 고양이들이 열어달라고 계속 울어요. 제 생활이 방해받지 않으면서 고양이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다 없앴어요.

키우고 있는 반려묘들을 소개해주세요.

다섯 마리가 다 유기묘예요. 친화력 만갑으로 손님들을 전담해서 맞이하는 꼬맹이와 젤리같이 야들야들하다 해서 이름 붙인 야들이, 발 한쪽이 짧아 다른 고양이들에게 학대를 받았던 흰둥이, 보호소에서 데리고 온 똘이, 다리가 많이 아파서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름을 지은 (미) 라클이가 있어요.

대가족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반려동물을 기를 생각이 없었어요. 캣맘인 동생이 불쌍한 아이가 있다며 한 달만 맡아달라고 해서 임시로 키웠죠. 너무 예쁜 데다 저를 잘 따르니 보내기가 아쉬웠어요. 그렇게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외로운 것 같아서 한 마리를 더 입양하고, 갈 곳 없는 아이라고 해서 또 데리고 오다 보니 식구가 계속 늘어났어요. 벌써 8년째 고양이 집사로 살고 있네요.

2017년에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대화가 필요한 개냥>에서 몸이 불편한 고양이를 돌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복덩이라는 아이예요. 기저귀를 하루에 두 번씩 갈아줘야 할 만큼 건강이 좋지 못했죠. 하지만 정성껏 돌본 덕분인지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요. 방송 때문에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금은 동생이 돌보고 있고요.

반려동물을 돌보는 노하우가 있나요?

너무 애정을 쏟으면 서로 지쳐요. 어차피 집 안에서 키우는 아이들은 추위와 더위, 배고픔이 없는 상황이라 지극정성으로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 건아니라고 생각해요. 데면데면하면서 각자의 생활을 하는 것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고양이 집사로서의 모습 외에도 가수 김완선의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아요.

4월 22일에 500장만 한정 판매하는 LP판을 출시했어요. 10년간 냈던 싱글 중 좋아하는 곡 8곡과 함께 신곡 2곡이 포함됐죠. 또 <김완선 TV>라는 유튜브를 개설하고 옛날 자료 영상뿐 아니라 근황을 전할 수 있는 브이로 그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면서 팬들과 소통하려고 해요.

 

 

쌍둥이, 길고양이의 가족이 되다 단풍이네 집

이제 막 네 살 된 쌍둥이를 키우는 박정은, 전형준 씨 부부가 자녀보다 먼저 만난 가족이 있었으니, 길고양이 출신 단풍이다. 신혼 시절집 근처 양재천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with 단풍이

단풍이를 만난 건 운명이었나요?

저희 부부도 단풍이를 만난 게 신기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키울 생각은 없었거든요.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서 “고양이다” 하고 바라보는데 저희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아서 신기했어요. 용기를 내서 쓰다듬어주려고 다가갔더니 덥석 안기지 뭐예요. 10분 거리인 저희 집까지 얌전히 안겨서 들어오고, 그때부터 함께 살고 있어요. 저희 부부가 단풍이에게 간택된 건가 봐요(웃음).

집에 와서는 잘 적응했는지 궁금해요.

처음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됐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로 한창 호기심이 많고 활동이 왕성한 시기인 거죠. 고양이를 키울 준비가 안 돼 있던 상태에서 질풍노도 시기의 고양이를 만나서 초반엔 고생 좀 했어요. 높은 데 올라가서 물건들 다 떨어뜨리고 소파도 끊임없이 긁어서 3년 사이 세 번이나 바꿨네요.

단풍이는 가족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단풍이는 저희 부부가 노력하지 않고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신혼 때 난임으로 고민이 많았는데 단풍이를 만나고 쌍둥이가 생겼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뱃속 태아들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직장도 휴직하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 있어요. 남편은 회사 가고 낮에 집에 혼자 있을 때 많이 외로웠는데 그때 단풍이가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요.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태어나서 단풍이하고 투닥투닥 재미있게 지내요. 단풍이가 없었으면 이런 행복은 생각지도 못했을 거예요.

 

 

집사 아나운서라서 다행이야! 김수지

매일 아침을 여는 MBC <뉴스투데이>의 앵커, 김수지 아나운서는 2018년 유기묘 리루를 만난 후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리루를 통해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

 

With 리루

유기동물을 입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펫 숍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이왕 반려동물을 들일 거라면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삶이 구조되는 아이를 데려오고 싶었어요.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리루를 알게 됐는데요. 이전 주인이 관리를 제대로 안 해줘서 다리를 저는 상태였어요. 버림받은 아픔이 있는 아이인데도 절 처음 보자마자 먼저 다가와 주었죠. 그렇게 함께한 지 2년이 된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건강해졌어요. 애교는 여전하고요.

리루를 입양한 후 유기동물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단순히 안타깝다,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리루와 함께한 후부터는 길에서 만나는 동물들의 삶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구조나 임시 보호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데 아직은 공간이 협소해서 한계가 있어요.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게 되면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리루와 교감한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리루의 좋고 싫은 감정들이 순간순간 느껴지곤 해요. 특히 제가 아플 때는 유독 순해지는데 침대에 누워 있으면 슬며시 와서 제 옆을 지켜준답니다. 출근할 때는 꼭 배웅해주고 퇴근할 때도 언제나 마중을 나오고요. 가끔 새벽에 퇴근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반겨줘요.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리빙센스 2020년 05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심효진·김하양 기자, 한정은·전미희(프리랜서) 어시스트 박유리 사진 김덕창, 이지아, 정택, 엄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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