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판매 부진 10개월 가까이 지속
일본차 자체 경쟁력 떨어졌다는 평가···그랜저 등 국산차와 경쟁서 밀려
“BMW·아우디폴크스바겐 등과 비교하면 단순 감정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워”

일본 자동차 판매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일본 자동차 판매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지난해 7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 된 이후 10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일본차 판매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차 부진에 대해 단순 반일감정 문제가 아닌, 제품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차 판매는 1259대로 전년 대비 64.4% 감소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가 2만2945대로 전년보다 26%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일본차만 유독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감정 문제라고만 여기기에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점들이 많다.

지난 해 일본차는 9월에 판매 저점을 찍고 4분기부터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월 대비 판매가 55% 성장하며 사실상 불매운동 여파가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판매가 월 1000대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업계선 일본차 부진에 대해 국내 완성차 신차 흥행과 일본차 신차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유럽산 수입차와는 달리, 일본 수입차는 무난한 가격과 성능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국내 완성자동차 업계와 경쟁하는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신차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일본차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그랜저를 시작으로 K5, 아반떼, XM3, 트레일블레이저 등 중형급 세단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차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1월부터 일본차 판매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국내 완성차 신차 출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랜저는 지난해 11월 말 출시했으며 K5는 12월, 트레일블레이저 1월, XM3 3월, 아반떼 4월 등이다.

특히 토요타 캠리, 렉서스 ES,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주력 모델들이 그랜저와 소비층이 겹친 데다 일본차의 장점이던 하이브리드 모델마저 그랜저가 흡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결과 그랜저는 지난 3월 1만6600대를 판매하며 3년여 만에 최대 판매를 기록했으며, 지난달에는 1만5000대를 판매했다. 그중 하이브리드 판매는 3434대(23%)를 기록했다.

일본차 신차 부재도 문제다.

올해 일본 브랜드 신차는 토요타의 GR수프라, 캠리스포츠에디션, 프리우스 4륜구동 모델과 프리우스 C크로스오버 등 4종과 렉서스 뉴 RX 롱바디 버전이 전부다. 이들 차량도 주력 모델이 아니라, 전체 판매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혼다와 닛산의 경우 여태 신차가 없는 상황이다.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마케팅 활동도 어려운데, 신차를 출시하는 것은 부담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BMW코리아, 아우디폴크스바겐 등이 대규모 화재사건으로 인한 리콜과 디젤게이트 등을 겪은 이후에도 곧바로 판매를 회복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일본차 부진을 단순 국민 감정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지난 2018년 여름 BMW 디젤 차량에서 연쇄 화재사고가 발생하며 국민 여론이 악화됐으나 리콜이 완료된 이후 판매가 곧바로 회복세를 보였다. 아우디폴크스바겐 또한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나 지난해 하반기 본격 판매를 재개한 이후 제 궤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 수입액이 매달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차 부진을 단순 반일감정이라고만 보긴 어렵다”면서 “최근 나오고 있는 국내산 차량이 가격과 성능 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일본차를 고를 이유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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