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도 불 꺼진 양양공항···황금연휴 기간 동안 1편 당 60여명 탑승
양양공항 내 유일한 항공사 플라이강원, 정부 지원 배제에 ‘유증 절차도 1달 넘게 지연’

불 꺼진 양양국제공항 1층. /사진=시사저널e
불 꺼진 양양국제공항 1층. / 사진=시사저널e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11시,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동호리에 위치한 양양국제공항은 연휴임에도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내선 도착 및 국제선 입국 게이트가 있는 1층은 불이 꺼진 상태였다. 공항 청소를 위한 직원 2명만 오갔다. 이용객들은 국내선 출발을 위한 탑승구가 있는 2층 일부 좌석에 몰려 있었다. 그마저도 눈에 띄게 적은 숫자였다.

2층 국내선 출발장 옆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주(4월 말)와 비교해 조금 늘긴 했지만 엄청나게 체감되진 않는다”면서 “여전히 이용객이 많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5월1일부터 5월5일까지 양양공항을 이용한 이용객은 1185명이다. 양양공항을 활용하는 유일한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이 기간 20편을 운항했다. 1편 당 60여명이 탑승한 꼴이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1일과 5일엔 만석 수준이었으나, 2일부터 4일까지 이용객이 다소 적어 평균치가 60여명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양양공항은 강릉공항과 속초공항의 대체 공항이자 영동권 거점 공항을 표방하며 지난 2002년 4월3일 개항했다. 강릉과 속초 주민들의 “실효성이 없다”는 반발에도 정부의 통합 사업은 강행됐다. 이후 이렇다 할 거점 항공사와 노선을 갖추지 못해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을 받아 왔다. 지난 2009년 5월엔 영국 BBC방송이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국제공항을 꼽는다면 한국의 양양공항이 유력한 후보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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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이 면허를 취득하며 양양공항은 오명을 벗어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11월 첫 운항을 시작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플라이강원을 이용한 이용객은 1만7943명이다. 이후 지난 1월 이용객이 2만2737명까지 늘며 양양공항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플라이강원 이용객은 급감했다. 2월 이용객은 9916명, 3월 이용객은 4049명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적자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자 플라이강원은 전 노선을 일정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피니티켓’을 출시 및 무료 항공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플라이강원 측에 따르면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밖에도 지난해 말 자본금(409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16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금 확보에 나섰다.

다만 유증 작업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플라이강원은 지난달 1일 주금 납입을 계획했으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절차는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투자자들이 지원금 배제, 업황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주금 납일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관련해서 계속적으로 협의하고 있고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태지만 앞선 두 차례 항공사 지원 대상에서 플라이강원은 배제됐다. 배제 이유는 지원 기준을 부합하지 못해서다. 산업은행은 저비용항공사(LCC) 지원 심사 기준을 ‘최근 3년간 경영 실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난해 출범한 플라이강원은 해당 기준을 충족할 수 없었다. 이에 강원도는 국토교통부에 플라이강원을 정부 지원 3차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달 항공업 및 항공사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을 발효할 예정이다.

정부의 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강릉에 거주하는 이용객 B씨는 “양양공항을 만들 때 태도와 지금 태도가 완전히 다르지 않나. 만일 이 항공사(플라이강원)도 사라지면 양양공항은 또 유령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양공항 근무자들은 최근 안내데스크를 활용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시사저널e
양양공항 1층에 위치한 안내데스크. 공항 내 근무자들은 최근 안내데스크를 활용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 사진=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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