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자발적 기부 제시, 절충안 이상도 이하도 아냐”

2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청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피해 돕기 신청서를 모금함에 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청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피해 돕기 신청서를 모금함에 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고소득자에게는 자발적 기부를 독려하자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대하는 만큼의 의미 있는 기부가 이뤄질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며 현재 검토되고 있는 지급방식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전 국민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대신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독려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은 23일 ‘전 국민 지급·고소득자 기부안’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세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달 내 처리 및 다음 달 초 지급이 목표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발적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실상 전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는 것과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며 “의미 있는 정도로 기부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교수는 이어 “결과적으로 재정 부담이 되면서 효과는 제한적인 상태로 집행되게 될 것”이라며 “소득이 높은 30%에게 지원급을 지급하기 위해서 국채를 찍는 것은 무리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소득자들의 자발적 기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인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며 “절충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맥락”이라며 “국가가 금 모으기 운동을 독려한 것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역시 “금 모으기 운동은 나라가 부채가 많아서 진행된 운동이고 긴급재난지원금은 우리나라 자체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한 대상과 목표가 다르다”며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 자체가 절박했고 지금은 개인이 절박한 것이 더 크다”고 부연했다.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예산 확보에 따른 거부감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16일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지방정부 분담금 2조1000억원에 3~4조원을 더해 예산 규모는 13조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늘어나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어서 재정건전성을 두고 우려가 많았다. 야당과 기획재정부 역시 이 부분을 두고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해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가 대상으로 하는 기부금액은 법정기부금에 해당되고 이는 소득 범위 한도에서 전액 인정된다”며 “기부되는 금액만큼 세제 혜택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법정기부금 15%까지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법정기부금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금품, 국방헌금과 위문금품, 천재지변 또는 특별재난구역 이재민구호금품 가액, 자원봉사 용역가액, 사립학교 등에 기부한 금품 등이 속한다.

만약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자발적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대신 소득공제로 개정해 고소득자들에게 좀 더 매력적인 기부 조건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안 교수는 “소득이 높은 계층은 공제 혜택이 줄어들면 기부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세액공제 대신 소득공제로 바꾸면 기부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참에 판을 뜯어 고쳐서 기부금은 소득공제해줘서 신나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율 42%를 적용받는 고소득자의 경우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가 적용될 경우 15%만 세액을 공제받는다. 그러나 기부금을 소득공제로 적용할 경우 42%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 금액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안 교수는 “기부금을 소득공제로 바꾸면 정부가 약간 손해는 나겠지만 기부금액이 늘어나면 그 손해를 메우고도 남을 것”이라며 “소득공제 개정 시 기부금이 손해액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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